위기의 K리그 사령탑들, 성적 부진으로 위태위태

이준목 2021. 4. 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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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령탑 수난시대, 치열한 승부의 세계서 거취 장담하기 힘들어

[이준목 기자]

지난해 프로축구는 사령탑 수난시대였다. 1·2부리그를 합쳐 무려 6개 팀의 감독들이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심지어 FC서울은 한 시즌에 사령탑이 세 번이나 바뀌며 '감독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선홍이나 최용수처럼 K리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스타급 감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막 이후 아직 두달도 안 된 시점이지만 2021시즌에도 벌써부터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는 분위기다.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위기에 놓여있는 몇몇 구단을 중심으로 감독들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0시즌의 경우, 시즌 개막 전에 계약을 해지한 안드레 전 대구 감독을 제외하고 시즌 중에 사퇴한 최초의 감독은 임완섭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다. 임 감독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2개월 이상 늦은 5월 8일에 개막했던 K리그에서 단 9경기 만에 2무 7패라는 성적을 남기고 6월 28일 자진사임했다.

현재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박진섭 FC서울 감독이다. 광주의 1부리그 승격과 창단 첫 상위스플릿 진출 등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명가재건을 꿈꾸는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진섭의 서울은 4승 7패, 승점12점으로 어느덧 9위까지 추락하며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주장 기성용의 맹활약을 앞세워 3연승을 달리는 등 선전했으나 3월 A매치 휴식기 이후 7라운드 강원FC전부터 공식전 7연패(리그 6연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FA컵에서도 2부리그 이랜드와의 서울 더비에서 패배하며 조기탈락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치명타다. 기성용-박주영-고요한 등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기성용은 학폭 의혹에 투기 논란 등 경기 외적인 구설수에 휘말리며 우려를 낳았다. 시즌 개막 전에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최전방 외국인 공격수 보강에 실패한 것도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박진섭 감독은 연패 중인 상황에서 21일 제주와의 11라운드에서는 22세 이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파격 로테이션을 단행하기도 했다. 어차피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1패를 더 감수하고라도 다음 경기를 대비하 고육책이었다. 서울은 제주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1-2로 역전패하며 안양 LG시절이던 1998년 이후 무려 23년 만의 6연패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은 25일 수원FC(원정)-30일 성남FC(홈)와 4월에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박 감독은 꼴찌 수원FC을 만나는 다음 경기에서 연패탈출을 위한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여기서도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박진섭 감독의 입지는 상당히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서울은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박 감독이 이끌었던 광주와는 다르다. 이미 지난 이랜드전 충격패 이후 박 감독과 선수단이 현장에서 홈팬들에게 비난을 듣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FC서울 구단 역사상 최단명 감독은 2010년 12월 28일 취임하여 이듬해 4월 26일 성적부진으로 사임하며 118일 만에 물러난 황보관 감독이다. 당시 황보 감독은 K리그 7라운드까지 1승3무3패(당시 16개팀중 14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위(1승1패)를 기록했다. 그해 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팀을 물려받아 5위까지 반등시키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FC서울 역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최용수 감독도 2020시즌 13라운드까지 3승1무9패 승점 10점 11위에 그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2018시즌에는 황선홍 감독이 8라운드까지 2승 4무 4패 승점 10점으로 9위에 머무른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전임자들의 사례를 감안할 때 서울이 박진섭 감독을 오래 기다려 줄 가능성은 낮다. 2년 연속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중도 사임하게 되는 모양새는 서울 구단으로서도 부담스럽다.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설기현 경남FC 감독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설 감독이 이끄는 경남은 지난 시즌 1부 승격을 눈앞에 두고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에 발목이 잡히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에는 탄탄한 전력보강을 바탕으로 유력한 K리그2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다.

하지만 정작 경남은 7라운드까지 1승 1무 5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지며 2부리그에서도 최하위로 내려 앉았다. 지난 시즌에도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슬로우스타터 기질을 보여준 경남이지만, 설 감독의 데뷔 첫해와 비교해도 2020시즌 7라운드(2승4무1패)까지의 성적과 비교하면 결과와 내용 모두 올해가 더 나빠졌다.

올 시즌 경남은 1부 승격을 위하여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고 설기현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대거 보강했기에 더욱 변명이 어려운 결과다. 아직까지 필드골이 없는 이정협의 부진과 윤주태-윌리안의 부상까지 겹치며 경남은 설기현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 승강플레이오프의 깜짝 돌풍으로 '설사커'에 대한 기대치가 과대평가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1부 승격이 절실한 경남에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용병술보다는, 감독 개인의 축구철학을 구현하려는 데 더 치중하고 유연성이 부족한 설기현 감독의 나르시즘적인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도 올 시즌 연이은 판정불운으로 K리그1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승격팀 수원FC(김도균 감독), 11위에 그치며 올해도 또 다시 힘겨운 강등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조성환 감독) 역시 사령탑의 거취를 안심할 수 없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당장 내일의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프로 감독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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