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한 작은 사치" 직장 스트레스 '보복 소비'로 푸는 2030
작년 명품 매출 50%는 청년층 주도
전문가 "MZ세대 특성..현재의 행복, 취향에 민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 2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생필품을 비롯한 옷, 신발 등 패션 제품을 쇼핑하는 데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새로 생긴 취미다. 최 씨는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요즘은 지인들과의 만남이 많이 줄었다"면서 "직장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을 통해 풀곤 한다"고 털어놨다. 최 씨는 월급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 달에 30만원 정도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데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최 씨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보복소비'로 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복소비는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 전환을 위해 약간의 사치스러운 소비를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되면서 이 같은 보복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보복소비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보복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3%가 보복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20대는 46.3%로 절반 가까이 보복소비를 하고 있었고, 30대 42.2%, 40대 31.4%, 50대 18%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보복소비를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혼'(43.6%)이 '기혼'(28.2%)보다 15.4%p 높았다.

이들이 보복소비를 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우울함이 깊어져서 쇼핑으로 해소하려고'(55.5%, 복수응답)가 1위로 꼽혔다. 이 밖에도 '집콕 장기화로 관련 제품들 구매 욕구가 생겨서'(46.6%), '여가 시간에 주로 인터넷 쇼핑을 하게 돼서'(31.5%),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가능한 물품이 많아져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31.5%), '코로나19로 불가능해진 것들이 많아 돈을 쓸데가 없어서'(16.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30대는 보복소비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었다. 최근의 명품 시장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의 비중이 각각 10.9%와 39.8%로 50.7%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지난 2018년 38.1%에서 지난해엔 46%로 증가했다.
직장인 30대 이 모 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재미와 행복감을 느낄 때는 갖고 싶은 것을 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라면서 "지금 현재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20·30대의 보복소비 현상은 MZ세대의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복소비는 욕구나 욕망이 억눌려서 분출되는데, 이런 현상이 명품 구매로도 이어진다. 특히 20·30대는 과거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던 패딩 점퍼의 유행을 만들어낸 주축들로, 어렸을 때부터 브랜드에 관심이 많고 민감한 세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활발하게 이용한 세대로, 자기 자신의 취향이나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세대가 보복소비를 하게 된 원인으로는 사회적인 영향도 있다. 과거처럼 저축을 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번 돈을 지금 스스로에게 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또 명품의 경우 한 번 구매해도 다시 되파는 '리셀'(Resell)이 활성화되면서 고가의 명품을 사도 되팔면 되니까 손해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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