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혐오가 싫다"면서 혐오하는 사람들

공서영 '힘죠'·하하 '오조오억'·지효 '웅앵웅' 썼다가 비난 폭격
신조어→특정 사이트 혐오 단어로 변질
자적작용 아닌 또 다른 혐오 갈등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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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남성과 여성 편을 갈라, 서로를 혐오하고 대립하는 젠더 갈등이 과열되고 있다. 무심코 혐오 단어를 쓴 연예인은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공서영은 '힘주다'의 사전적 의미로 사용했던 '힘죠!'라는 표현이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쓰이고 있는지 모르고 입에 올렸다 바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공서영은 해당 단어가 메갈라이에서 동성애자 남성혐오로 쓰인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글을 수정해 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아이스크림 브랜드 출시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사전적인 의미로 사용했을 뿐이며 메갈리아란 사이트를 접속한 자체가 없다고 부정했다. 그리고 "이 표현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데 쓰이고 있고 그걸 본 많은 분들이 불편을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유튜버 고기 남자도 고기 먹는 영상에 '허버허버'란 단어를 자막으로 썼다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고기 남자는 사과문을 통해 "제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나름 위트있게 표현한 것"이라며 "이게 그런 (남혐) 용어로 쓰이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등을 돌린 구독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99만명이었던 고기남자의 구독자는 이 논란으로 약 15만명의 구독자가 이탈해 84만명이 됐다.

방송인 하하와 유튜버 릴카도 인터넷 신조어인지 알고 쓴 '오조오억'이란 단어를 영상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트와이스 지효도 남혐 의미로 쓰이는 '웅앵웅'이란 단어를 써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카카오에서는 '허버허버'라고 쓰여진 캐릭터 이모티콘이 출시했다가 반감을 샀고 결국 상품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허버허버'는 과거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뜨거운 고기를 허겁지겁 입에 넣고 '허버허버' 하면서 먹는 남자친구를 보고 정이 다 떨어졌다"며 쓴 게시글에서 시작된 신조어로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지만 특정 커뮤니티에서 남성이 입 안에 입식물을 가득 넣고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조오천개' 역시 큰 숫자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지만, 남성 정자 수가 많다고 희롱할 때 쓰이는 단어로 변질됐고, '웅앵웅'은 아무말이나 한다는 의미에서 무시해도 되는 남자의 말로 탈바꿈 됐다.

메갈, 워마드 등 특정 사이트 한정으로 쓰이고 있는 말들로,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폭격의 대상이 된다. 온라인 내 신조어의 빠른 유행,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해명을 해도 무분별한 비난을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자정작용을 위해 지적하는 행위가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변질되며 또 다른 혐오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