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 맨앞, 이대호가 서 있다
21일 사직 두산전. 이대호(39·롯데)는 팀 수비가 종료되자 가장 먼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롯데의 지명타자다. 타석에 들어설 때를 제외하고 주로 더그아웃에 앉아 있다. 그런 그가 두산과 주중 3연전부터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그아웃 출입구에서 수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후배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큰 목소리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건네기도 하고, 때로는 엉덩이를 툭 쳐줬다. 이대호의 맞은편엔 팀 내 두 번째 베테랑 이병규(38)가 서 있다. "(이)병규야! 우리가 움직이면 팀 분위기가 밝아지지 않겠나"라고 제안해 이뤄졌다.
롯데는 지난 주말까지 5승 8패로 시즌 출발이 안 좋았다. 삼성과의 17~18일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동안 19점을 내줬다. 이대호는 "팀 분위기가 다소 떨어진 것 같아, 나이 많은 내가 좀 더 움직여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려고 시도했다"라고 설명했다. 휴식 차원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22일 역시 그는 이닝 교대 때 더그아웃 앞에 나와 후배들을 기다렸다. 경기 후반에는 더그아웃 앞에서 불펜 포수를 대신해 투수의 연습 투구를 직접 받는 모습도 보였다.
올 시즌부터는 '주장' 전준우의 제안으로 '알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거인 군단'의 4번타자도 빠지지 않는다. 이대호는 "주장인 (전)준우가 하자고 하면 해야 된다. 부끄럽게 여기면 더 이상할 것 같아 당당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이대호는 '끝'을 보며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지난해엔 비시즌과 시범경기 동안 자전거로 해운대의 집과 야구장을 다녔다. 이번 겨울엔 홀로 집 근처 산에 올랐다. 체중 감량과 하체 훈련을 하는 동시에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다. 가까운 길을 두고 일부러 빙 둘러 2~3시간 코스로 다녔다. 이대호는 "지난해 힘든 일이 있었지 않나"라며 "'내가 부족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논란을 의미한다. 그는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이 매력 있더라"고 말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대호가 실내에서 하는 스쿼트 운동은 수술 경력 때문에 무리가 되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 하체를 단련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그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겨울 진통 끝에 구단과 2년 최대 26억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우승 옵션 2억원도 포함돼있다. 이대호는 "우승을 해보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 내게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한이 얼마 안 된다"라고 했다.
이대호는 팀의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20일 10-5, 21일 10-9로 이겼다. 이대호는 베테랑답게 4회 유희관과의 승부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평소와 달리 몸쪽-바깥쪽 승부를 펼쳐온 유희관에게 "결국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밝힌 노림수가 통했다. 이어 4-5로 역전당한 6회에는 결승 3점 홈런을 뽑아냈다. 4타수 3안타 5타점. 시즌 타율 0.317에 3홈런, 1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정상에 서는 것이다. 그는 "내 체력이 부족하고 성적이 안 좋으면 언제든지 하위타순으로 내려가도 상관없다. 이를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라며 "후배들이 잘해서 우승하면 후회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산=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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