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지도부의 성추행 사과, 더 이상 아픔 줘선 안 돼

2021. 4. 23. 04: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여당의 임시 당 대표를 겸하고 있는 새 원내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은 때늦었지만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피해호소인을 피해자님으로 불렀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며, 현충원에 참배 가서 불쑥 내놓은 사과여서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윤 원내대표는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여당의 임시 당 대표를 겸하고 있는 새 원내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은 때늦었지만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이수진 의원은 이날 피해자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공식 사과를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사과”라고 평가했다. 야당 출신 서울시장이라고 꼬투리 잡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한 것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의원이 “민주당이 참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한 것처럼 여당은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온적이거나 반인권적으로 대처했고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이런 양상은 더 심각해졌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고, 선거캠프에 피해호소인 용어를 쓰는 데 앞장섰던 여성 의원들을 배치했다. 박 전 시장 지지자의 표를 노려 그의 공적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은 이런 과정을 피눈물 나는 심경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윤 원내대표의 사과가 온전한 것은 아니고 이걸로 여당이 해야 할 역할이 끝난 것도 아니다. 피해호소인을 피해자님으로 불렀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며, 현충원에 참배 가서 불쑥 내놓은 사과여서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야 피해자를 챙기는 것은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 민주당이 제대로 사과하려면 두 전직 시장의 성범죄뿐 아니라 여당이 그동안 정치라는 미명 아래 직간접적으로 자행했던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머리를 숙여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상처를 속히 치유하고 온전한 삶을 되찾도록 정치권이 여야 없이 배려하는 일이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정치권이 또다시 표에 눈이 멀어 이 사건을 이용하거나 피해자에게 아픔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든 선거든 인권보다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