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 입법 앞둔 이해충돌법.."국회의원 사적 이해관계도 공개"

송승환 2021. 4.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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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논의에 속도가 붙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첫 논의 후 8년 만에 국회 통과 문턱 앞까지 온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그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을 받는 고위공직자는 국회의원, 공공기관 임원, 정무직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등 약 190만명이다. 공공기관의 임시직·계약직 직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도 제외됐다.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사랍학교법이나 언론 관련 법을 개정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규정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이 금지되는 대상은 기존 정부안인 ‘직무상 비밀’에서 ‘미공개 정보’로 확대했다. 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까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어기고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먼 친척, 친구, 지인 등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LH 사태로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촉진됐지만 이 사건에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헌법 기본원칙이 불소급의 원칙이다”면서 “예외적 경우가 있지만 일반법에서 소급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무위원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사적 이해관계 공개하기로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국회의원이 본인과 가족의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받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김영진 국회 운영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법률안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당초 운영위 소위에선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지만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를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 과정에 이해충돌이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감시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사적 이해관계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운영위원인 김원이, 이용빈, 문진석(이상 더불어민주당), 강은미(정의당), 강민정(열린민주당) 의원은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22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선 국회의원 본인의 주식·부동산 보유 현황, 민간 부문 재직 단체와 업무내용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당선 30일 이내에 자신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사적 이해관계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윤리위는 의원의 상임위 배정 등 업무를 맡길 때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해 반영하기로 했다.


“미공개 정보” “부정한 방법 취득” 판단 기준 필요

이해충돌방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약 190만명이지만 실질적으론 600만~800만명이 신고 대상이 된다. 공직자의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비속까지 신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넓다보니 신고 내역과 이해충돌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장모가 집을 샀는데 공직자 본인과 장모의 매도인이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것을 확인 못 했다가 나중에 드러나면 부패한 공직자라고 할 수 있겠냐”면서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실효성 보장을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상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신고한 이해관계와 담당 직무의 충돌을 어떻게 예방적으로 점검할 수 있을지 운영 방식을 설계하는 것까지 완성해야 이 법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 규정에 포함된 '직무상 비밀' '미공개 정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모호해 판례가 쌓일 때까지 착오로 기소되고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부정한 방법이 무엇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서 재판에서 도망갈 구멍이 될 수가 있다”면서 “식당이나 화장실 옆 자리에서 미공개 정보를 들었으면 부정한 방법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승재현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 등에선 미공개 정보가 판례로 어느 정도 쌓여 있어서 비교적 명확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으로 넓히면 한계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령에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서 예상되는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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