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 "점자 미흡해 콜라랑 사이다 구분하기도 어렵다"
시청각장애인 조원석(28)씨는 콜라가 마시고 싶어도 혼자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안내견과 함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도 점자 블록이나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가 없어 음료 매대를 찾기도 어렵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음료 매대 앞에 서도, 정작 제품에 점자 표기가 없거나 '음료'·'탄산'·'맥주'로만 표기된 경우가 많다.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조씨가 2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조씨는 “점자 표기가 잘 돼 있는 상품은 사실상 본 적이 없다”며 "겉모양을 만져보고 과자인지 라면인지, 음료수인지 구분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제품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시중에 유통되는 식음료 제품 대부분이 점자 표기가 아예 없거나 미흡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캔 음료에 점자가 있더라도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 읽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사전의 작은 글씨처럼 점자를 굉장히 작게 축소해놔 어디서부터 점자가 시작되는지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맥주’, ‘음료’, ‘식혜’ 등을 점자로 표기해 놓은 캔제품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무슨 음료인지 무슨 맥주인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25만명에 달하지만 현행법상 식음료 제품 및 의약품 포장지의 점자 표기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 식음료업계에 점자 표기를 왜 않느냐고 묻자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업체들은 “(점자 표기를 위해) 음료 별로 생산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유통기한 등을 점자로 표기하려면 생산할 때마다 (점자) 틀을 계속 바꿔줘야 한다"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라면이나 과자의 경우 포장 재질이 플라스틱 재질이라 점자를 구현하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식음료업체나 편의점들이 점자 표기를 늘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생수 아이시스 8.0과 아이시스 에코에 이어 칠성사이다 페트병 제품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사단법인 서울시각장애인합회의 도움을 받아 점자의 높이나 간격 등에 대한 감수도 거쳤다. 하이트진로도 테라 캔맥주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했다.
편의점 CU는 출입문 문턱을 없애고 점포 내 통로를 넓히는 등 ‘유니버설 디자인’을 전국 20여개 점포에 적용했다. GS25는 시각장애인 시설 인근에 있는 100여개 점포에서 커피·생수·맥주·소주·과즙음료·탄산음료·이온음료 등이 적힌 점자 스티커를 상품에 추가로 부착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분들이 원하는 음료 제품을 선택할 때 불편하지 않게 앞으로 다양한 음료 브랜드에 점자 표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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