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부족..중소 반도체 기업 육성해야"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슈플러스]
1. 국내 차 반도체 공급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지만 메모리반도체 강국이고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여전히 경쟁력이 약함. 특히 현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국산 차량용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음.
원인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차량용 반도체 수익성이 낮은 원인도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특수성 때문임.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정 자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에 필요한 내구성과 안전성은 메모리반도체와 다른 것임. 자동차에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동차 생산업체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됨. 따라서 처음부터 사용했고 문제가 없는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음. 그래서 국내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부진한 것임.
2. 글로벌 車 반도체 공급 구조는 어떠한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 대표기업은 독일의 인피니언, 일본의 르네사스, 네덜란드의 NXP이며, 이들 기업이 세계 시장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
NXP는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미국, 중국 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음. 이렇게 보면, 미국, 일본, 독일 즉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국가에는 각각 자동차 반도체 생산업체가 있는 것임. 우리나라에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음.
물론 생산업체가 있다고 전량을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님. 핵심 제품만 자사에서 생산하고 상당한 물량을 외부에 위탁하고 있음.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자동차 업체가 코로나 19 영향으로 감산을 결정하였는데 예상외로 수요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외부 위탁문제에 차질이 발생하여 지금은 다른 산업의 반도체도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음. 게다가 일본 르네사스사의 화재, 미국 한파로 인한 NXP 등 공장 가공 중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음.
3. 車 반도체 공급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해외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미국과 유럽(특히 독일) 등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은 정부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공급받기 위해 공급업체에 요청하였음. 가격을 올려서라도 우선 공급해달라고 요청함. 하지만 반도체는 다른 제품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서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음.
미국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반도체 제조업이 미국에 있지 않고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의 부흥을 도모하고 있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들도 전량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량을 파운드리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임. 파운드리는 대만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모델이고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파운드리가 모여있음.
유럽 연합 역시 반도체 제조업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현재 10% 미만인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올릴 것이라고 발표하였음.
4.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떠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함.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강국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다른 성능적 특성과 내구성을 요구함. 또한, 차량용 반도체의 단가도 낮고 수익도 크지 않은 편임.
지금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차량용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에 이러한 이유가 포함됨.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나 지금의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 전기자동차에서는 지금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보다 10배 이상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됨.
따라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이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함.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 간의 융합을 촉진하여 반도체 생산업체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그리고 자동차 업체에는 국산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임.
5. 중소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 공정이 첨단 반도체보다 어렵지 않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는 않아 보임.
왜냐하면, 차량용 반도체 특성상 안전성, 내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기술을 고도화해야 함.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더라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림.
우선 중소기업은 바로바로 자금이 회수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을 버텨낼 만한 여력이 없음.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는 단가가 높지 않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함. 이 역시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 능력으로는 쉽지가 않음.
그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서도 쉽게 중소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기는 어려움. 앞서 말한 안전성, 내구성에 문제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수명도 큰 상관이 있음. 아시다시피 자동차는 5년,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임. 그런데 그사이에 제조 업체가 도산하거나 사라진다면 반도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A/S가 불가능해짐.
다만, 향후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현재와는 다른 조건이 필요해질 수 있음. 이러한 신시장을 자동차 업체와 중소기업이 함께 개척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
6. 감산만이 답인가? 수급 조절을 위한 개별 기업들의 대응 방안은?
안타깝게도 반도체 수급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 당장 부족한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설비를 구축하더라도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의 시간이 걸림.
중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개별 기업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내 반도체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고 앞으로 확대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및 전기자동차에 우리나라 반도체가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임.
그리고 자동차 업체들과 우리 반도체 생산 중소기업의 협력이 필요함. 앞서 중소기업이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틈은 분명히 있을 것임.
그러한 틈새를 찾아서 국내 중소기업이 경험을 축적하고 자동차 생산업체와 협력으로 신제품을 개발한다면 중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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