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부엉이-갑지로..급소 찌르는 與전대 3인의 '18년 인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홍영표(4선)ㆍ송영길(5선)ㆍ우원식(4선) 의원(기호순)은 민주당 한솥밥을 먹은 지 올해로 18년째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영표 의원이 가장 늦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합류한 이래 이들은 지금까지 8개의 당적(열린우리당ㆍ대통합민주신당ㆍ통합민주당ㆍ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민주당ㆍ새정치민주연합ㆍ더불어민주당)을 나란히 공유했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약점도 잘 안다. 5ㆍ2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로 치명적 약점을 끄집어낼 수 있는 이유다.
◆홍영표→송영길=홍 의원은 14년 전 일을 소환했다. 지난 19일 열린 당 대표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송 의원을 향해 “송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성격과 스타일이 제2의 노무현’이라고까지 주장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했다. 송 의원은 2007년 한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의 불안정한 단점을 똑같이 가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성격이나 스타일이 비슷한 제2의 노무현”이라고 한 적이 있다.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인 이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당시 인기가 없던 노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친노(親盧)ㆍ친문(親文)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송 의원의 과거 비노(非盧) 이력을 꺼내 든 이 말로, 송 의원은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나는 일관되게 노 대통령을 수행하며 지킨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홍영표→우원식=지난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세 후보가 모두 출연한 자리에서 홍 의원은 우 의원을 향해 “을지로위원회로 대표되는 민생주자인데, 폭이 너무 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2013년 ‘우리 사회 을(乙)들을 위한 기구’라며 만든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점을 내세우며 ‘민생 해결 적임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데, 너무 ‘을’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우 의원에게 있어 을지로위원회는 스스로 “제 정치의 핵심”이라 할 만큼 상징적이다. 다만 을지로위원회가 초창기와 달리 현 정부 들어 비대해지면서 대기업(갑)을 찍어 누르는 ‘갑지로위원회’가 됐다는 일부 비판이 있다. 우 의원은 “어느 한쪽을 돕는 것이 아니고 갑과 을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송영길→홍영표=송영길 의원은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의 계파주의를 고리로 걸었다. 그는 지난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따로 우리만 ‘친문’이라며 부엉이모임을 만드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괜히 편을 가르는 계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엉이모임은 지난 대선 후 홍영표ㆍ전해철ㆍ양정철ㆍ노영민 등 핵심 친문들이 만든 사조직이다. ‘밤낮으로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2018년 모임 존재가 알려지고 “계파 줄 세우기”란 비판이 이어지자 해체했다.
홍 의원은 연일 “우리 당에서 그런 식의 계파, 의원들을 분류하는 건 4.7 재ㆍ보궐선거 참패 이후에 나타난 언어들”(20일 라디오 인터뷰), “주류ㆍ비주류, 친문ㆍ비문의 실체는 없다. 불필요한 논쟁은 지양했으면 한다”(22일 언론 인터뷰)고 대응 중이다.
◆송영길→우원식=송 의원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에서 우 의원의 계파 모임도 비판 지점으로 삼았다. 그는 “조직을 만들어 당내 특정 후보를 몰아서 지지해주자는 건 당내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우 의원이 소속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을 직격했다. 민평련은 1999년 김근태(GT)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 등이 만든 ‘국민정치연구회’를 전신으로 하는 GT계 모임이다.
우 의원의 최대 지지기반인 민평련을 공격하자 우 의원은 “단결과 통합의 전당대회를 분열로 이끌지 말라”(16일 페이스북), “이해관계를 나누는 계파는 이미 우리에게 없고, 의원들 간 친소 관계에 의해 모이는 정도의 모임들이 있다”(20일 라디오 인터뷰)고 반박하고 있다.
◆우원식→홍영표=우 의원은 홍 의원의 강경 노선을 비판했다. 지난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홍 후보는 우리 당의 리더십이 국민 신뢰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20대 국회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물리적인 몸싸움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올린 주역이다. 패스트트랙 일방통행은 4ㆍ7 재보선 후 민주당의 오만과 독주 사례로 꼽히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친문 2선 후퇴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서 “제가 원내대표 할 때는 129석으로 4개 야당과 협상하기가 힘들었다. 저는 85년 노동운동할 때부터 협상가, 설득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응수했다.
◆우원식→송영길=우 의원은 송 의원의 낙선 사례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왜 당 안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지 못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2016년 당 대표 선거에서 컷오프(예비경선 탈락)됐고, 2018년 재도전했다가 이해찬 전 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반박은 없이 “(3수째라) 절박한 심정이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21일 라디오 인터뷰)고 하거나, 각종 연설문에 “세 번째 출마다. 수많은 당원ㆍ대의원ㆍ국민을 만났다. 저 자신을 바꾸고 비우고 채워왔다. 준비되어있다”고 하고 있다. 감추기보단 내세워 동정표를 자극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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