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률 149%..한국서도 '돈나무 언니' ETF 나오나

황의영 2021. 4. 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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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 언니(누나), 월가의 황금손….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를 이끄는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에 따라붙는 별명이다. 시장에 선보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따라 고수익을 내면서 국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됐다.

아크인베스트의 대표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지난해 149%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출시한 '아크 우주탐사·혁신 ETF(ARKX)'에는 3주 만에 서학 개미의 투자금 4010만 달러(약 450억원)가 몰렸다. 이들 상품은 모두 주식형 액티브 ETF다.

'한국판 아크'를 꿈꾸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국내 증시를 공습한다. 다음 달 8개 종목이 동시에 출시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액티브 ETF가 투자 화두로 주목받자 국내 운용사 역시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주식형 액티브 ETF, 5월 국내 8개 상장
22일 한국거래소와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타임폴리오 등 4개 운용사가 다음 달 각 2개씩 총 8개의 주식형 액티브 ETF를 증시에 상장한다. 거래소가 최근 상장 심사를 승인했고, 운용사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동안 주식형 ETF는 인덱스형이 대부분이었다. 코스피200 같은 특정 지수(index)에 편입된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담고, 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을 추구했다. 시가총액 500억원짜리 A기업과 100억원짜리 기업 5곳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100억원이 들어오면 이 중 50억원은 A기업을 담는 식이다. 지수 움직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탓에 패시브 ETF라고도 불렸다.

반면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재량권을 갖고 수시로 종목을 고르고 비중을 조절한다. 비교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린다. 액티브 펀드와 ETF의 장점을 합친 셈이다. 총보수(투자자가 1년간 내야 하는 수수료)도 액티브 ETF는 0.7~0.8% 정도로, 인덱스 ETF(0.1%대)와 액티브 펀드(1.2%대)의 중간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거래소 상장 규정이 바뀌며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이 가능해진 뒤 현재 3개의 주식형 ETF가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2개는 인공지능(AI)이 매니저를 대신한 반쪽짜리 상품이었다. 다음달 8개의 상품이 증시에 입성하며 액티브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ETF 장점 갖춘 액티브 ETF.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테마 투자로 초과 수익 노린다
새로 나오는 액티브 ETF는 특정 테마(주제)에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신재생에너지와 미래자동차를 테마로 한 ETF 2개를 내놓는다. 신재생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수소 ▶2차전지에, 미래차는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등에 각각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 이동수단과 해외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친환경 자동차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TF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코스피 지수형과 국내 BBIG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주식형 액티브 ETF가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투자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65조4592억원이다. 5년 전(69조5319억원)보다 4조원 넘게 줄었다.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펀드 가입 절차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시장이 위축될 우려는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ETF가 시장의 돌파구란 인식이 팽배해졌다. 펀드처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가입할 필요도 없고 주식처럼 실시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6년 7900억원에서 올해 4조414억원(21일 기준)으로 팽창했다. 같은 기간 순자산총액도 25조원대에서 58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익명을 원한 운용사 임원은 "액티브 펀드를 ETF 방식으로 만들면 투자자들의 ETF 선호 패턴을 고려할 때 자금을 모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액티브 ETF가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ETF가 출시되더라도 성과를 내야만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월 상장 예정인 주식형 액티브 ETF.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관계수, 포트폴리오 공개 규정은 부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액티브 ETF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거래소 규정상 주식형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1은 두 지수가 같이 움직이고, -1은 완전히 반대란 뜻이다. 만약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가 0.7 미만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 ETF는 상장 폐지된다. 미국엔 상관계수 규정이 없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상관계수 규정은 매니저의 자유로운 운용을 제약하는 요소"라며 "미국에 이런 규정이 있으면 아크인베스트도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도 부담 요소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기존 ETF와 달리 액티브 ETF는 매니저의 투자 전략이 반영된다. 이를 매일 공개하면 운용 전략이 노출될 수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추종매매(종목을 따라 사는 것) 가능성도 커진다. 종목당 편입 한도도 걸림돌이다.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스본부장은 "액티브 ETF는 삼성전자를 빼고는 종목당 10% 이상을 담을 수 없다"며 "종목당 한도가 30%인 기존 ETF 수준까지 올려주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업계의 주장에 대해 이성길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장은 "일단 상관계수를 0.7 밑으로 낮출지 검토한 뒤 올 하반기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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