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사태 막으려 농지취득 까다롭게..정부 농지대책 들여다보니

김경민 2021. 4. 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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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농지 취득을 어렵게 하고, 불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즉시 강제처분하는 동시에 부당이익은 환수하기로 했다.

LH 직원 땅 투기 사태로 정부가 농지 취득을 어렵게 하는 농지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수도권 토지

▶위법 시 즉시 강제처분, 부당이익 환수하기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내놓은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통해 농지취득자격을 심사할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상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 영농경력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 서류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농업경영계획을 제출할 때 취득 면적, 노동력과 농업기계 확보방안, 소유 농지 이용실태만 기재하면 됐다. 정부는 의무 기재사항을 빠뜨릴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을 제한한다. 거짓, 부정 기재 시에는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한다.

앞으로는 주말농장 체험 목적으로 땅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말체험영농 용도의 농지를 취득하려면 심사할 때 영농거리 등을 포함하는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가 심사하는 체계였는데 이젠 지역 농업인,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농지취득자격을 심의하도록 했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취득을 제한한다.

투기 우려 농지 취득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지자체가 심사할 때 농지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 필지의 농지를 여러 사람이 공유 취득할 경우 소유자별 농지 위치를 특정해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공유자 수가 지자체 조례에 따른 기준 이상이라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이 제한된다. 투기 우려 농지는 매년 1회 이상 지자체의 이용실태조사를 의무화한다. 특히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는 즉시 강제처분명령을 내리고 부당이익을 환수한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데 현행 공시지가 기준에서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중 높은 가격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부과 수준은 매년 토지가액의 20%에서 25%로 상향한다.

또한 앞으로는 법인을 활용한 농지 투자도 쉽지 않게 됐다. ‘농업법인 사전신고제’가 새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농업법인을 설립하기 전 지자체가 심사해 부동산업 목적의 법인 설립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업 등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1년 이상 미운영한 농업법인 또는 시정명령을 세 차례 이상 이행하지 않은 농업법인은 농지를 추가로 취득할 수 없다.

이처럼 정부가 강력한 농지대책을 내놓은 것은 LH 직원들이 완화된 농지법을 악용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동안 농지 정책 흐름을 보면 농촌 인구 감소, 자본 이탈에 대응해 농업인력과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사전 규제를 완화해왔다. 1994년에는 농지소재지 6개월 사전거주 요건을 폐지하고 1996년에는 20km 통작거리(거주지와 농지간 거리) 규정까지 없앴다.

규제 완화로 도시인의 귀농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부작용도 적잖았다. LH 땅 투기 사태처럼 신도시 개발 예정지 중심으로 농지 투기 사례가 늘어나면서 결국 규제 강화로 돌아섰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농지 거래가 줄면 오히려 농민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LH 투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농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주말체험 목적의 농지 거래는 장려하는 등 실수요자 중심의 농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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