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암호화폐 다시 불타오를까?

명순영 2021. 4. 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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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마침내 8000만 원선을 넘어섰다. 지난 3월14일 7000만 원을 돌파한 지 한달 만이다. 4월13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16분께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8000만 원을 돌파했다. 곧이어 6시52분께 8176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비슷한 시간대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8000만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인 8110만9000만 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안, 2018년 같은 폭락은 없다?

업계에선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직상장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인베이스는 4월14일(현지시간) 상장했다. 코인베이스 상장은 높은 변동성 탓에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암호화폐가 ‘주류’에 편입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쯤 해서 떠오르는 시기가 있다. 2018년 1월이다. 2017년부터 비트코인은 천정부치 치솟아 오르다, 각국 규제 발표와 암호화폐 회의론이 맞물리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추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월 1만6670달러에서 2월 7640달러까지 반 토막도 더 났다. 이더리움(1월 1247달러→2월 759달러), 리플(3.38달러→0.69달러) 등 다른 알트코인 가격도 급전직하했다. 그렇다면 올해도 갑자기 폭락하는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예전 같은 폭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일단 실체가 있다는 점부터 그렇다. 2018년은 암호화폐의 사용처에 대해 의문이 컸다. 시가총액이 수천 억 달러에 육박하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거나 구현된 암호화폐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이 투매 심리를 부추겼다. 올해는 다르다. 뚜렷한 사용처가 보인다.

‘디파이(DeFi)’가 대표적이다.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서비스 분야는 대출이다. 예를 들어 NFT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빌려주는 식이다. 반대로 암호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더해주는 예치 이자 서비스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 새 트렌드로 떠오른 ‘NFT’도 암호화폐 특성을 잘 활용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원본 증명이 가능해 가상자산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무한 복사가 가능했던 ‘디지털 파일’도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며 새로운 투자 시장 하나가 생겼다.

둘째, 암호화폐 생태계가 더욱 단단해졌다. 하나의 암호화폐로부터 파생된 다른 암호화폐나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는 저마다 자국 화폐로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BTC마켓’이 따로 마련돼 있다. 글로벌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다. 예를 들어 알트코인 ‘덴트(DENT)’는 업비트 원화마켓이 아니라 BTC마켓에 상장돼 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테더(USDT)’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8일 기준 테더 일일 거래량은 1616억 달러 수준으로 대장주 비트코인(758억 달러)의 2배를 웃돈다. 테더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크게 늘어난 거래 규모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 원에 육박한다. 8330억 달러였던 2018년과 비교해 2배 이상 크다. 일일 거래량 역시 4배 가까이 늘었다. 테슬라 등 글로벌 대기업, 투자기관 등 ‘고래 투자자’ 개입이 커지며 시장 전반에 안정감이 쌓여간다.

유가증권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넘어오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도 껑충 뛰었다. 국내 양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는 최근 하루 거래대금이 22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을 합친 수준을 넘어선다.

암호화폐가 실체 없는 신기루에 그칠까. 주식시장이나 금, 원자재 같은 하나의 자산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투자자가 주목하고 있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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