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잠실 5단지..강남 재건축 4대 '천황' 투자 가치 따져보니

정다운 2021. 4.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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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집값이 연일 상승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데 이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앞으로 압구정·은마 등 조합설립절차를 신속히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서다.

서울부동산거래정보광장에 따르면 선거 직전인 지난 4월 5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옛 80평)가 8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67억원)보다 13억원이나 뛰면서 3.3㎡(평)당 1억원을 찍었다.

같은 날 현대2차 전용 160㎡도 4개월 전 거래가(43억원)보다 12억원 가까이 오른 54억3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대치동 일대 분위기도 살아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 3월 2일 신고가인 22억4000만원에 팔린 이후 21억9000만~22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대치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량이 많지는 않아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아무래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나면 은마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대장주 아파트들이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 이유는 한강변 35층 제한, 사업 인허가 등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지구 특별계획구역 곳곳에서 조합설립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35층’ 층수 규제부터 풀릴 듯

▷은마 49층 땐 6000가구도 가능

‘속도감 있게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오세훈 시장 공약을 가장 반길 만한 곳은 한동안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압구정 일대 아파트다. 총 24개 단지, 1만466가구 규모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 일대는 특별계획구역 1~6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 중이었지만 서울시가 집값 급등 등을 이유로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를 5년째 미루면서 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 4·5구역에 이어 2구역이 조합을 설립하면서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2일 강남구청은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에 조합설립인가를 통보했다. 2구역이 지난 3월 10일 구청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6·17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까지 조합설립을 마쳐야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서둘러 조합을 설립하려 속도를 내왔는데 마침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잇달아 조합설립인가가 나기 시작했다. 압구정 총 6개 구역 가운데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과 5구역(한양1·2차)은 지난 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구역과 비슷한 시기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대림빌라트)은 구청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1구역(미성1·2차)은 오는 5월 조합 창립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가 서둘러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구단위계획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서 일정 범위 내 구역들의 건축물 용도와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을 지역 특성에 맞게 수립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장이 최종 결정·고시한다. 오 시장은 앞서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압구정 일대 정비구역 결정·고시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또 다른 호재는 ‘35층 층수 규제 완화’ 가능성이다.

사실 일반분양 물량을 최대한 많이 지어서 재건축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재건축 단지 입장에서 층수 규제 완화는 지역 불문하고 환영할 만한 카드다. 다만 그동안 층수 문제로 시와 갈등을 빚으며 재건축 진척이 더뎠던 강남권 대단지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드디어 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은마아파트는 2002년 말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2005년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35층 제한 때문에 정비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만약 현재 4424가구 규모인 은마아파트를 49층으로 재건축하면 아파트를 6054가구까지 지을 수 있게 된다. 35층 제한이 적용될 때(5905가구)보다 아파트를 150가구가량 더 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50층으로 재건축하면 3930가구에서 6400여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한 번에 모든 규제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전환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정부에서도 주택 공급이 적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규제 완화를 반대할 명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10兆’ 사업 반포1·2·4주구

▷관리처분 소송서 이기고 ‘순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1·2·4주구)는 서울 전역에서도 재건축 사업의 상징 같은 단지다. 사업비만 10조원 규모인 데다 2120가구를 재건축해 5388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호텔에나 있을 법한 컨시어지센터, 단지 내 오페라하우스, 실내 테니스코트, 주민 전용 극장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모두 포함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반포1·2·4주구 재건축 성공 여부는 ‘한강 주거 르네상스 재현’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포1·2·4주구가 최첨단 고급 주거 단지로 거듭날 경우 압구정 지구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포1·2·4주구는 이미 재건축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둔 상태라 재건축 규제 완화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유일하게 반포1·2·4주구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던 것은 2018년 일부 조합원이 분양 절차를 문제 삼으며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무효 확인 소송이었다. 만약 조합이 소송에서 졌다면 앞서 받아둔 관리처분인가가 취소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4일 서울고법은 2심에서 조합원 12명에 대해서만 평형 배정을 다시 하고, 나머지는 기존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결론냈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올 하반기면 반포1·2·4주구 이주·철거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 들어 반포1·2·4주구 전용 107㎡는 최고 45억원에 실거래됐다. 관리처분인가 무효 소송 판결 직전인 지난해 말 36억~37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최근 호가는 49억~53억원까지 올랐다. 다만 이 아파트는 추가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재건축 후 전용 59, 84㎡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나 래미안퍼스티지 시세와 비교하면 아직도 투자 매력이 있는 셈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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