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 재건축도 들썩..목동·상계 안전진단 통과 기대
“상계주공16단지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합니다.”
“10단지 예비안전진단 접수 시작합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적극 가입해주세요.”
지하철 7호선 마들역과 노원역 사이에 위치한 상계주공아파트 단지 일대. 단지 곳곳에 예비안전진단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대부분 1980년대에 지어진 상계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 당선과 함께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들떠 있다.
상계주공10단지 앞에서 마주친 한 주민은 “아파트 연식이 오래된 곳들이 많아서 생활도 불편하고 도시 경관도 별로다. 8단지가 포레나노원으로 성공적으로 재건축을 마친 만큼, 다른 곳도 하루빨리 재건축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대장주가 주로 강남에 몰려 있지만 강남 이외 지역에도 알짜 재건축 단지들이 즐비하다. 오세훈 시장 당선 효과로 이들 재건축 대장주 움직임도 분주하다. 서울 외곽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노원구 상계주공부터,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그리고 여의도 대장주로 불리는 시범아파트까지 재건축 호재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상계주공·목동신시가지
▷안전진단 통과 기대감 솔솔
오세훈 신임 시장이 선거 기간 동안 안전진단 때문에 재건축이 지지부진하다고 ‘콕’ 집어 말한 지역이 있다.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이다. 두 곳을 두고 오 시장은 “서울시에서 안전진단을 해주지 않아 (상계동과 목동) 재건축이 늦어진다. 주민들은 죽을 노릇이다. 실제로 가면 안전 문제가 피부로 느껴진다”며 빠른 안전진단 통과를 약속했다. 안전진단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두 곳은 재건축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다.
‘동북권 대장주’로 주목받는 상계주공은 단지마다 속속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접수를 준비 중이다. 앞서 1·6·11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이어 지난 4월 14일 상계주공16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다른 단지들도 대부분 예비안전진단 추진에 나섰다.
상계주공은 담당 지자체인 노원구가 재건축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호재다. 도시정비법상 정비 사업 인허가권은 구청장이 갖고 있다. 지역주민이 구청장에 요청하면, 안전진단 업체를 지정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검사 결과를 서울시에 보고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울시가 재건축을 진행하고 싶어도 구청에서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조차 못한다. 노원구는 보궐선거 전부터 재건축에 대한 의지를 가장 강하게 드러낸 지자체 중 하나다. 2018년 3월,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국토교통부에 직접 건의했을 정도다. 재건축 속도가 붙는 만큼 노원구는 올해 7월까지 재건축 실행 지원을 위한 관련 부서 인력 조정과 조직 구성 등 내부 행정적 지원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잇따른 호재에 상계주공 매매가도 일제히 상승세다. 상계주공7단지 전용 79㎡는 최근 12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지는 않다. 소형 평형·중층 단지가 많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짚고 가야 할 사안이다. 가구 면적이 작고 층이 높아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을 해도 일반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 재건축 주체인 조합이 추가로 팔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오거나 개인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면 재건축 사업에 대한 소유주 동의율이 떨어진다”며 “상계주공 일대는 감정평가액과 예상 추가 분담금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나와야만 사업성 수준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도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목동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안전진단 단계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6단지밖에 없다. 11단지는 지난 3월 30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떨어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5·7·13단지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11단지 안전진단 탈락으로 한풀 꺾였던 목동 재건축 사업은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오 시장이 목동 일대 재건축이 시급하다고 밝힌 만큼 안전진단 통과가 빨라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던 9·11단지도 주민 모금을 통해 안전진단을 다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신중론을 펼치는 주민은 오 시장이 단기간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걱정한다. 목동 한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은 “호가만 올랐을 뿐, 아직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1년 임기에 불과한 서울시장이 내건 공약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속도가 붙을 것 같지는 않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목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아무리 시장이 하려고 해도 시의회 의원 대다수가 민주당 아닌가, 오세훈 시장이 1년 동안 버티기만 해도 임기가 끝난다. 주민들도 당장 재건축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관련 규제는 법령과 고시에 규정돼 서울시장 단독 의지만으로는 풀 수 없다.
▶‘통개발’에 막혔던 여의도 재건축
▷시범아파트 시작으로 훈풍 불까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재정비 결정·고시를 지연하는 중이다. 마음만 먹으면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어서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TV 토론으로 여의도에 걸린 재정비 규제를 과감히 풀 것을 시사했다. 과거 서울시 ‘통개발’ 고집에 막혔던 시범·공작 등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오 시장 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1971년 지어진 시범아파트는 2017년 5월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8월 당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개발하겠다”는 마스터플랜 발표를 예고한 뒤 사업이 멈춰섰다. 당시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어 개별 단지의 재건축 계획을 승인해줄 수 없다”며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보류했다.
주민들은 오 시장의 ‘스피드 공약’을 반기는 모양새다. 시범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건축이 다시 활발히 진행되는 것 같다. 영등포구의회 의원이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를 잘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오기도 했다. 빨리 계획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전용 156㎡는 최근 29억8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2월 초 실거래가가 27억8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2억원이 뛰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단, 전문가들은 여의도에서 ‘시범아파트’만 콕 집어서 재건축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비슷한 연식 아파트가 많은 여의도 단지와 ‘한강변’이라는 입지 특성 때문이다.
“비슷한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하나로 묶어 개발해야 사업지도 넓어지고 만족도 높은 설계안을 만들 수 있다. 통개발을 하면 여의도의 지역 경관인 한강 조망권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다. 단기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 실적을 내기 위해 시범아파트 사업만 빨리 밀어붙인다면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의 분석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