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업 간판 기업의 변신..히타치, 고산케 정리모드 IT사업 총력

김규식 2021. 4.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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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최근 일본에서 큼지막한 대형 인수·매각 소식이 2건 전해졌다. 두 거래의 주인공이 모두 일본 대표 제조업체 중 하나인 히타치제작소다. 한 건은 히타치가 미국 IT 기업 글로벌로직을 96억달러(약 10조8000억원)에 인수한다는 것이고, 다른 건은 금속업계에서 유명한 핵심 자회사 히타치금속을 8000억엔(약 8조2000억원)가량에 팔기 위해 미국·일본 펀드연합군과 협상 중이라는 내용이다.

두 건의 경영 판단은 111년 역사 히타치가 진행하는 사업 재편과 개혁 방향을 정확히 보여준다. IT 발달, 탈(脫)탄소,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산업 환경이 변화해가는 상황에서 히타치는 전통 제조업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IT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글로벌로직과 히타치금속 면면을 살펴보면 히타치 전략이 잘 나타난다.

글로벌로직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IT 기업으로 2000년 설립됐다.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기업을 위한 시스템 등을 개발·제공해왔으며 14개국에 2만여명 직원이 근무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금융·통신·차·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400개 이상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스웨덴의 볼보,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 등도 포함돼 있다.

히타치는 글로벌로직을 통해 IT 사업에서 해외 고객·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 내 IT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글로벌로직 개발 인력을 품에 안는 효과도 노린다. 히타치는 글로벌로직을 인수한 후 미국 IT 사업을 총괄하는 히타치글로벌디지털홀딩스의 산하로 편입시킨다는 방침이다.

▶히타치, 美 IT업체 10.8조원에 인수

산업용 IoT 플랫폼 등 사업 재편 총력

히타치가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히타치금속은 특수강·자석·전선 등을 만드는 핵심 자회사다. 이 회사는 전투기 부품 등 방산 제품도 생산한다. 특히 금속 재료 가공에 사용하는 공구강 분야에서는 일본 최대 기업이고 모터 등에 사용하는 페라이트 자석의 경우 고기능 제품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세계 최대다.

히타치가 사업 재편을 통해 IT 기업으로 변신하며 염두에 둔 업체는 독일의 지멘스다. 지멘스는 가전 등을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거 인수하며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전자·전력·통신·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여온 히타치는 일본 경제와 성장세를 함께해와 ‘국내총생산(GDP)’ 기업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리먼쇼크로 2009년 3월 일본 제조업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 ‘선택과 집중’을 위해 구조조정과 사업을 재편해왔다. 화학 계열사 히타치카세이를 비롯해 주요 자회사를 팔아치웠고 현재 히타치 건설기계 매각도 추진 중이다. 히타치는 2009년 이후 사업 재편을 이어오며 한때 20여개였던 상장 자회사를 2개로 줄였다. 히타치의 성장에는 히타치금속, 히타치카세이, 히타치전선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고산케(御三家)’라고 불렸다. 고산케는 특정 분야를 대표하는 ‘3대’를 표현할 때 쓰인다. 세 회사는 모두 히타치금속에 합병됐기 때문에 이번에 히타치금속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 성장을 이끌었던 3대 자회사가 모두 정리되는 셈이다.

올해 3월 기준 히타치의 IT 관련 매출은 1조9700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4분의 1가량 된다. 자사 산업용 IoT 플랫폼인 ‘루마다’를 기반으로 IT 사업을 진행 중이고 생산 현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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