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도 국회 의무 출석".. 법무부, 檢 제도 정비 추진(종합)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를 추진한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질의응답을 목적으로는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과거 검찰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국회 출석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법무부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검찰상'을 확립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지만 검찰 내 극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연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과관리 시행계획안을 마련해 국회 등에 보고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이같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정책 수립의 이유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여부는 정치권에서 먼저 거론됐던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집에도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짧게 실렸던 내용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문제는 법무부 장관의 출석 문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해 국회의원의 세부 질의에 답변을 하게 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됐다. 특히 개별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답변은 자칫 정치적 입장으로 비춰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과거 대검찰청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의 출석 요구'의 근거를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대검은 "헌법과 법률에서 언급하는 정부위원 제도와 관련해서도 검찰총장을 단순히 정부위원으로 볼 수 없다"며 "행정 각 부의 외청장과 검찰총장을 비교한 후 검찰청이 법무부 장관의 보조기관이라 하여도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출석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답변을 요청하는데 검찰총장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이유다.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대신해 국회에 출석, 관련 질의에 답변을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관례로 묶어놓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법무부가 박범계 장관 취임 후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나선 배경도 마찬가지다.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3월, 당시 문무일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바 있다. 다만 이 자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 국한됐다. 윤석열 전 총장도 국회에 출석할 기회가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직무배제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 국회에 출석, 직무배제 결정 배경과 진상 등 당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법무부의 이같은 방침에 검찰 내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정치검사를 지양하겠다고 해놓고 이제는 국회로 불러 수사 방향에 간섭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해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회나 위원회의 요구는 국무총리, 국무위원, 정부위원 등으로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은 어느 것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의사실공표 금지 등 인권수사를 연일 강조하는 것과 배치되는 정책으로 검찰의 수사 중립성은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방안에 대한 본 논의는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총장 공백 사태에서 자칫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논란과 검찰 내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로 묶는 법안이 국회에도 발의된 바 있지만 국회법, 검찰청법 등 복합적으로 검토해야할 사안이 광범위한데다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정치적 논란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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