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서복 | '시한부' 공유와 '복제인간' 박보검의 만남

2021. 4.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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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용주 감독/ 114분/ 15세 관람가/ 4월 15일 개봉
“왜 사느냐.”

신비로운 얼굴을 한 복제인간이, 스크린 속에서 묻는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어떻게 답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복제인간이 재차 묻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무한과 유한에 대해서, 또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 그 복제인간은 화려한 액션까지 선보인다. 영화 ‘서복’이다.

‘서복’은 올해 충무로에서 기대되는 몇 안 되는 대작 중 하나였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 철학적인 메시지, 공유와 박보검의 호흡까지. 얼어붙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기헌(공유 분)은 정보국에서 활약하던 요원이었지만 희귀병에 걸려 은퇴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그에게 안 부장(조우진 분)이 한 가지 일을 제안한다. 한 인물을 안전하게 옮기는 임무를 수행해달라는 것. 대가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서. 제안을 승락한 기헌은 문제의 인물 서복(박보검 분)을 만나게 된다. 서복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복제인간이며 유전자 조작으로 완성돼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다. 인류가 직면한 모든 질병, 나아가 ‘죽음’조차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존재인 셈이다.

영화가 선택한 진행 방식은 전형적인 ‘버디 무비’다. 기헌과 서복이 괴조직의 습격, 살해 위협 등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간다. 둘은 때로는 갈등하고 또 화해하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살기 위해 서복이 필요한 기헌과, 인간이 궁금한 서복의 동행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줄기다.

기헌은 죽음, 그 영원한 수면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는 인물이다. 반면 서복은 한 번도 잠들어본 적이 없노라고 고백한다.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서복은, 오히려 그 영원이 두렵다. 둘의 관계는 유한과 무한, 잠들기를 거부하는 이와 잠들기를 바라는 이의 관계로 재정립된다. 서복은 담고 있는 철학적인 메시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부족한 서사는 아쉽다. 영화가 서복에 비해 기헌이라는 캐릭터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기헌의 고통이나 내적인 아픔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서복이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은 그 자체로는 생각할 만하지만 그가 겪는 아픔과 절망이 와닿지 않는다. 진부한 설정도 아쉽다. 전형적인 정보국 우두머리 역할인 안 부장이나, 욕망으로 가득 찬 늙은 재벌이 영생을 논하는 장면은 기시감이 역력하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소 야윈 인상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공유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박보검은 기대를 넘어선다.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에서부터,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모습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두 미남 배우의 재능과 가능성을 스크린에서 재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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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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