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미끼 중고차, 이대로는 안 돼..완성차 진출 지지↑

박구인 2021. 4. 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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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와 소비자,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지지하는 기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중소 규모 업체의 밥그릇을 빼앗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오랜 노력에도 허위·미끼 매물 등으로 혼탁해진 중고차 시장을 되돌릴 묘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 완전 개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관련 9개 기관이 모여 발족한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시민단체 교통연대가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중고차시장 완전개방 촉구 서명운동’을 환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연합회는 “이번 (서명)운동이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완성차업계의 참여를 가능케 하는 계기를 제공해 소비자 보호, 중고차시장 선진화, 기존 중고차매매업계와의 상생 등을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교통연대 주도로 '중고차시장소비자가주인이다.kr' 홈페이지에서는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촉구를 위한 온라인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교통연대 제공

앞서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교통시민단체 연합체인 교통연대는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을 위한 100만인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www.중고차시장 소비자가주인이다.kr’에서 진행 중인 이 서명 운동에는 일주일 만에 약 3만명이 동참했고, 이날 현재 기준 4만2615명이 참여했다.

연합회는 중고차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기존 중고차거래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정보부족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고차 업계의 자정과 혁신노력을 제고시켜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높아져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회 정만기 회장은 “2019년 2월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이뤄지고, 동반성장위원회가 부적합 의견을 낸 지 1년이 지났으나 절차가 지연돼 안타깝다”며 “수입차 대비 역차별 해소, 소비자 권익 강화, 기존 중고차 업계에 대한 확대된 사업기회 제공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거래시장 참여 허용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전날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발표한 전문가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의 79.9%가, 소비자의 56.1%가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설문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대학 경영·경제학과, 법학과, 소비자학과, 자동차학과 교수 254명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선진화할 수 있다’(71.4%), ‘다양한 상품·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56.7%) 등을 찬성 이유로 꼽았다. 또 전문가의 56.3%는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시장 개선에 부정적 효과를 준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매매업계의 보호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될 것’(42.5%), ‘중고차 시장의 폐쇄성이 짙어져 신뢰도가 하락할 것’(32.9%) 등이 많았다.

대다수 수입차 업체들이 시행 중인 ‘인증 중고차 판매 제도’를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68.5%나 됐다. 소비자 역시 68.6%가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시장 전경. 박구인 기자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후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다. 2019년 2월 적합업종 지정 기간 만료 이후에는 이 문제를 두고 양측 업계를 중심으로 날선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일부 딜러가 허위나 미끼 매물 등 수법을 악용해서 업계 전체에 피해를 준다고 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정화를 위해서는 완성차의 진출을 허용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문제를 일으키는 딜러에 대한 처벌이나 적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 중인 선량한 딜러들이 나서 시장 전체의 자정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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