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게으르고 욕심없는 아이

2021. 4. 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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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P는 게으르고 무기력하다.

의욕이나 욕심이 없고 매일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생각의 반추에 빠진 행동은 무기력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겉으로는 비추어진다.

하지만 '침대에만 누워있는 그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그 사람'도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서 원인을 찾고, 미래를 걱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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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할 수 있는 무엇을 하는 것이 효과적

고등학교 1학년 P는 게으르고 무기력하다. 의욕이나 욕심이 없고 매일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작년 1년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안가는 날이 많아지자 더욱 무기력 해졌다. 오로지 컴퓨터 게임 할 때만 눈이 반짝이고 생기가 돈다. 차츰 학원도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론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의 부모들의 주 호소가 “아이가 무기력해요”인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까지도. 부모가 학원을 가라고 하면 가기는 하지만 아이는 별반 공부에도 관심이 없는 듯 보이고,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멍때리고 있는 게 다반사다. P의 과거도 비슷했다.

부모의 말과 P의 속마음은 달랐다. P가 원하는 삶은 ‘일에서 성공한 삶,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헌데 ‘지난 일 년을 허송세월하고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너무 미래가 걱정되고 막막하여, 후회되는 생각이 하나씩 떠올리며, 미래에 다가올 일들을 걱정하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기대를 물어보면 어떤 아이들은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관심, 환호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등 다양하다. P처럼 겉으로 보기에 무기력하고, 욕심이 없어 보인다고 부모가 평가하는 아이들 중에는 ’성취‘가 인생에서의 최대 목표이자 가치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이러니하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정반대의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삶의 모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문제 해결 모드, 존재 모드. 문제 해결 모드를 작동 했을 때는 마음이 현재 보다는 과거와 미래에 가 있다. ‘과거에 이랬다면’ ‘지난 겨울 방햑에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나았을 텐데’ ‘어려서 영어 학원을 잘 다녔으면 지금 영어성적이 이 정도는 아닐 텐데’ 과거를 후회한다. 또 ‘다음 중간고사에 이 정도로는 형편없는 성적이 나오겠지?’‘이래 가지고는 갈만한 대학이 없어’ ‘나는 앞으로 뭘 먹고 사나“등 미래를 걱정한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에너지를 이런 생각을 하느라 다 소진해버리고 기력이 없어진다. 이런 생각이 괴로우니 잠시 게임의 세계로 회피한다.

존재 모드는 무엇일까? 과거나 미래에 대한 인과 관계나 논리적인 생각의 고리를 멈추는 거다. 과거의 나의 잘못된 행동, 게으른 행동 등 문제의 원인을 찾는 행동(생각)을 멈추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논리적으로 원인, 결과의 프레임으로 원인을 찾으려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결국 이런 생각의 반추에 빠진 행동은 무기력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겉으로는 비추어진다.

하지만 ‘침대에만 누워있는 그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그 사람’도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서 원인을 찾고, 미래를 걱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과거나 미래에 대한 그의 사고 활동이 아무런 효용이 없을 뿐이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이 무의미, 무효용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즉 마음의 문제해결 모드로는 해결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보다는 생각을 멈추고 ‘지금, 여기’에 머무르며 현재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행동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아는 것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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