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건강 걱정한다던 장녀, 변호사 뒤에 숨었다

박영국 2021. 4.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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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개시심판 심문기일에 청구인 조희경 이사장 불참
'부친 건강 걱정' 아니라 '경영권 욕심'이 청구 배경?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이상설을 제기한 딸에 의해 부친이 법정에 불려 나왔다. 하지만 정작 부친의 건강을 걱정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했다던 딸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이번 법정다툼의 배경이 ‘효심’이었는지 ‘욕심’이었는지 판가름할 수 있을 만한 장면이다.


지난 21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성년후견 심문에 대한 첫 번째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7월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조양래 회장은 85세의 고령이 무색할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출석 의무는 없었으나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재판장의 질문에도 법정 밖 복도까지도 대답이 새어 나올 정도로 힘 있게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청구인인 조희경 이사장은 변호인만을 참석시키고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청구인 역시 출석 의무는 없다. 출석하지 않았다고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윤리적, 상식적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면서 부친인 조양래 회장이 ‘평소 신념’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부친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들어 청구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심문기일은 그토록 걱정됐다던 부친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였지만 조 이사장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 부친의 안부를 자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왕래가 있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 이후 아버지와의 연락이나 왕래를 피하고 있는 상태”라며 “조 회장의 생일 때조차 안부전화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 당시부터 이를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6월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매각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결정하자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 청구를 통해 부친을 상대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조 회장은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조현범 사장을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 이사장의 심문기일 불참으로 그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가 회사 경영권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법정에서 부친의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게 오히려 불편한 일이 아니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이사장 본인은 경영권에 관심이 없고 ‘부친의 사회공헌 및 환원에 대한 신념과 가치’가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밝혀왔지만, 이러한 발언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조 회장의 ‘사회공헌’이 조 이사장이 운영하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이라면 조 이사장은 이를 통해 최대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은 조 이사장이 회사 경영권을 틀어쥐게 되는 셈이다. 조 이사장은 부친의 사회공헌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의 지분을 인수한 조현범 사장이 42.9%의 지분으로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 지분을 합해도 30.97%로, 조 사장과는 차이가 크게 난다.


재판부가 성년후견을 받아들이면 조 사장이 조 회장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어 오너 형제들간 경영권 쟁탈전에 따른 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신차용 타이어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오너 일가간 경영권 분쟁 장기화될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실적이나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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