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문닫고, 돌봄 떠맡고..'기혼女'에 가혹했던 코로나19
보육교사 최모(36ㆍ여)씨가 일했던 어린이집은 지난해 여러 차례 휴원을 거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다. 어린이집이 불안해 집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부모가 늘었다. 어린이집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최씨는 “문 닫기 전에도 무급휴가를 쓰라고 강요하거나 종종 페이백(교사가 급여의 일정액을 원장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일)까지 하라고 해서 괴로웠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위기가 전방위로 닥친 가운데 성별로는 여성, 특히 기혼 여성에게 충격이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발간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차별적인 고용 충격을 일으켰다. 특히 감염병 확산이 가속한 시점에 여성 고용에 대한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상황이 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뚜렷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기혼 여성 일자리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측면에서다. 핵심 노동연령(25~54세)의 여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1년 전보다 54만1000명 줄었다. 반면 남성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32만7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9~44세 집단에서 성별 고용 충격 격차가 가장 컸다. 아직 이 격차를 메우지 못하고 ‘후유증’으로 남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위기 국면에서 미혼 남녀의 고용 충격 격차는 미미하지만, 기혼은 격차가 벌어진다”며 “IMF 때는 기혼 남성에게, 코로나19 확산 땐 기혼 여성에게 고용 충격이 집중하면서 성별 고용률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상위 3개 업종(교육, 숙박ㆍ음식점업,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여성 취업자 비중(38%)이 남성 취업자(13%)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이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이 고용 충격을 더 많이 흡수했다는 얘기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가정 내 돌봄 필요성이 높아진 부담을 여성이 감당한 점도 고용 격차가 벌어진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영구적인 인력 손실로 이어져 경제 생산성ㆍ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별 격차를 줄일 대안으로는 자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촉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시적 충격으로 실직한 여성이 원활하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 가속화 등 경제 구조 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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