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고용충격, '초등생 워킹맘'에 직격탄.."정책적 대응 필요"
업종효과 통제해 분석하니 39~44세 여성의 고용시장 이탈 가장 두드러져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폐쇄로 자녀돌봄 부담이 가중되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이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남성보다 대면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높아 노동수요가 감소한 현상과 맞물리면서, 남성 제조업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직이 나타났던 IMF 외환위기 등 과거 경제충격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학교 폐쇄로 인한 가정 내 자녀돌봄 증가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사전 분석·비교 결과 미혼 남녀간의 고용충격 성별격차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기혼남녀의 관련 데이터만을 분석에 활용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충격 성별 격차의 원인을 노동수요와 공급 측 요인으로 나눠 봤다.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수요 자체가 축소된 대면서비스업에 여성 종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자연스레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이 컸던 상위 3개 업종(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위기 직전(2020년 1월) 여성취업자의 비중(38%)은 남성취업자(13%)를 크게 상회했다.
취업자의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전(1월)과 확산후(3월) 기혼여성 취업자의 실직 확률은 0.75%에서 1.39% 뛰어 남성(0.65%→0.68%)보다 증가폭이 컸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직상황에서의 재취업 의사 유무가 가장 큰 차이다. 비경제활동인구로의 변화 역시 같은 기간 여성은 1.67%에서 5.09%로 뛴 반면, 남성은 1.15%에서 3.09%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고용충격의 성별 격차에 노동 수요와 공급 측 요인이 모두 주요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업종별 종사자 비중의 차이에 따라 성별 간 고용충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다 정교한 분석을 위해 노동수요를 반영하는 업종효과를 분리해 이행한 분석에도 여성의 고용충격은 더 크게 나타났다. 취업자가 실업자로 편입될 확률은 업종 통제 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0.6%p 높았으나 통제 후에는 0.3%p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되며 재취업의 의사가 사라진 경우는 업종효과 통제 전 남녀차이가 1.48%p, 통제 후 1.00%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남녀 간 업종 차이만으로는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할 수 없는' 성별격차가 학교 폐쇄로 인한 가정 내 자녀돌봄의 증가에 기인한다는 가정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유의미한 수치가 발견됐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의 평균 출산연령에 기반해 자녀유무와 자녀연령을 추산, 연령별 노동충격의 정도를 살펴보자 39~44세 여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을 통제한 상태에서 취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될 확률의 남녀 격차는 32~38세 1.20%p, 39~44세 1.70%p, 45~54세 0.70%p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39~44세 여성의 취업→비경제활동 이행확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 폐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였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자녀연령 데이터를 활용한 해외 선행연구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고용충격의 성별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여성의 이른 경력단절은 영구적인 인적자본의 손실로 이어져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후에도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녀돌봄 부담의 증가로 인해 여성의 노동공급이 제한되지 않도록 자녀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특히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령대 여성의 노동공급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영유아 중심의 현행 돌봄지원정책이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위기에서 대면서비스업 등 노동수요 충격을 크게 받은 부문의 실직자들에 대한 고용지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의 일시적 충격으로 실직한 경제주체들이 원활하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코로나19 위기상황으로 인해 디지털경제 가속화 등 경제구조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실직자들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이동하여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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