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로 가나.. 러시아 '제2 백신'까지 상한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4. 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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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이어 '3상' 진행 중인 '코비박'에도 국제적 관심
스푸트니크V에 이어 코비박까지 러시아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또 다른 러시아 백신 ‘코비박’을 도입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가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백신 효과를 입증한 것 외에도 다른 백신들의 부작용 문제와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청원 올라온 ‘코비박’, 가격 낮고 상온 보관 가능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러시아 백신 ‘코비박(KoviVak)’의 국내 도입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코비박을 “안전성·효능, 제조방법 등 다방면에서 상업성이 가장 높은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소개하며 “아직 협상의 기회가 열려 있기에 서둘러 도입을 추진한다면 정부가 계획한 집단 면역을 이룰 수 있는 제일 빠른 길이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이 청원 글에는 1070여명이 동참한 상태다.

코비박은 러시아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으로, 복제 능력을 제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체에 투여해 항체를 만든다. 영상 8도까지 보관 가능한 점과 기존 백신보다 낮은 가격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추마코프연구소가 지난 60여년간 황열병, 소아마비, 광견병 등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는 등 백신 개발·생산 분야에서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도 신뢰를 받는다. 추마코프연구소에 따르면 코비박은 앞선 임상 2상에서 92%의 예방 효과를 보였으며,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추마코프연구소는 코비박이 유전자 정보 조각이 아닌 전체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만큼,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푸트니크V’도 검토 요청 쇄도… 文, 가능성 점검 지시

이번 청원이 코비박 도입 검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청원만으로도 전체적인 러시아 백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 관심을 받는 러시아 백신은 ‘코비박’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경우, 임상 3상에서 91.6%의 효능을 보인 사실이 최근 국제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되면서 도입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벡터를 통해 체내에 항원 단백질을 전달한다. 가말레야 연구소는 “스푸트니크V를 두 차례 접종한 이들 사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신 효능이 97.6%로 나타났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효능 입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문가들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공개된 3상 결과를 보면 90% 이상 효과를 입증했고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지금처럼 대안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스푸트니크V의 효과·안전성을 검증하는 등 지체하지 말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청와대에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의 공개 검증을 요청하는 등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스푸트니크V’ 접종 사례, 부작용 여부 등 전반적인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능 입증과 함께 백신 부족·국내 생산 맞물리며 평가 뒤집어

이 같은 러시아 백신의 인기는 반전에 가깝다. 작년 8월 러시아 정부가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하자, 국제사회에서는 임상 3상 결과도 나오지 않은 백신을 승인·접종하기로 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백신을 중국 백신과 묶어 “물과 다를 바 없다”며 ‘물백신’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정부 또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안정성을 확보한 후 도입을 논의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8개월 후,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현재까지 러시아를 비롯해 60여개국이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했으며, 전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 백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국내에서도 스푸트니크V, 코비박 등 러시아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평가가 바뀐 데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임상 3상에서 90% 이상 효능을 입증한 사실이 랜싯을 통해 발표되면서 ‘임상 2상만 거친 백신’이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잘라냈다. 여기에 효능 입증 소식이 전해진 시기가 전 세계적 백신 부족 상황과 맞물리며 더 큰 관심을 얻게 됐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은 기존에 도입한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문제와 백신 개발·생산국의 자국민 우선주의로 백신 도입·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백신 구매를 두고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러시아 백신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연달아 스푸트니크V, 코비박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많은 양의 러시아 백신을 눈앞에 두고도 맞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러시아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국내 위탁 생산도 영향을 미쳤지만, 기본적으로 화이자, 모더나 등 기존 백신들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생긴 백신 부족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랜싯을 통해 효능을 입증했다고 해도,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자체적으로, 또는 접종국가에서 효과를 계속해서 입증해야 한다”며 “여전히 러시아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은 만큼, 도입·접종 전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해 효과와 안전성을 완벽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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