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에 직원들 '들썩'..금융사, 내부 단속 골머리
시중은행, '근무시간 투자 금지' 내부 시행문 게재
"현금 및 정보 다루는 업무 특성상 직업윤리 강조"
# 시중은행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가상화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2월,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 2개월 여만에 수억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매도타이밍을 놓친데다 최근 시세가 흔들려 잔고가 원금인 1억원대로 줄어서다. 가상화폐 급변동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A씨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의 매도타이밍을 잡기 위해 아내인 B씨와 2시간씩 불침번을 서면서 가상화폐 시세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업무시간을 쪼개 코인에 투자하는 금융사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각 금융사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에 시행문 형식으로 근무시간의 투자 자제를 요청하면서 기강 잡기에 나섰지만 가상화폐와 관련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내부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A시중은행의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근무시간 중 사적 투자행위 등 근무기강 확립 유의사항'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근무시간 중 주식, 가상화폐 거래 등 투자행위는 근무태만으로 이어져 직원 개인은 물론 은행 평판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엄격히 금지하며 적발 시 엄중 조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금융사가 이 같은 내부 시행문을 내는 이유는 최근 직원을 중심으로 '코인 투자'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특히 가상화폐는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한데다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 비트코인은 테슬라의 대규모 매수소식에 4890만원에 가격을 형성했다.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호재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5일 개당 8060만원까지 오르면서 2개월 만에 64.8%(3170만원) 급등했다. 하지만 5일 뒤인 20일 비트코인은 6836만원까지 떨어지면서 상식 밖의 변동폭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의 대안으로 떠오른 도지코인도 최근 4개월 새 130배 급등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비트코인 투자로 큰 돈을 번 뒤 회사를 그만두는 소위 '파이어족(FIRE族)'의 등장도 거래 급증의 요인으로 꼽힌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퇴직(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다.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로 자금을 바짝 모아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폐쇄형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모회사 직원이 5000만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400억원을 벌었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에는 카드사에 재직하던 직원이 투자금 2억3000만원의 90%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에 투자해 1년여 만에 30억원대 수익을 거두면서 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금융사들이 시행문까지 내면서 직원들의 투자 행위에 대한 경고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특별히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외형상으로 가상화폐 주무부처는 국무조정실이지만, 실제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민원을 넣을 만한 부처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마련된 유일한 가상화폐 관련 법 규정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도 자금세탁방지에 제한돼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7~2018년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을 때에도 각 은행별로 근무시간 투자를 유의하는 시행문이 나온 적이 있다"며 "은행업 자체가 직접적으로 돈을 만지는 업무인데다 정보를 다루는 경우도 많다보니 직업윤리 강조를 위해 재차 사내 공문을 발송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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