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줍는 손흥민, 빨리하자 재촉에 베일 머쓱

베일 동점골 상황서 동료들 세리머니 취해있자 경기 재개 재촉
위기 맞은 토트넘, 동료들 일깨우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열망 드러내

동점골 이후 동료들을 재촉한 손흥민. ⓒ 뉴시스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자 하는 손흥민(토트넘)의 열망이 팀 동료들을 움직였다.

토트넘은 22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사우샘프턴과 순연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고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승점 53을(15승 8무 10패)을 기록하게 된 토트넘은 6위로 뛰어올랐고, 4위 첼시와 격차를 승점 2로 줄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대한 희망을 살렸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45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키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 득점으로 리그 15호골을 기록한 그는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의 득점보다 눈길을 모으는 장면이 있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가레스 베일의 득점이 터지면서 토트넘은 동점을 만들었다. 곧바로 베일은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고, 좋아하는 그를 향해 동료들도 몰려들어 함께 동점골을 축하했다. 하지만 유독 한 선수만은 동점골 세리머니에 참여하지 않았다. 바로 손흥민이었다.

동점골을 터뜨린 베일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베일의 득점이 터지자 손흥민은 골대 안에 있는 공을 재빠르게 주워 올린 뒤 베일과 동료들에게 다가와 빨리 돌아갈 것을 재촉했다. 아직 동점 밖에 되지 않았는데 토트넘 선수들이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린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자 손흥민이 다가가 현실을 일깨웠다. 손흥민의 재촉에 동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동점골 주인공 베일은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토트넘은 리그 3경기에서 무승(2무1패)에 그쳤다. 성적 부진으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직후였고, 주포 해리 케인은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인데 동점골이 들어갔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결국 손흥민이 직접 나서 동료들을 이끌었다.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하자 손흥민도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 웃어야 되는지 아는 손흥민 이야말로 위기에 빠진 토트넘을 이끌 구세주나 다름없다.

데일리안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