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앞 셀카찍고.. WP "중국, 홍콩 '세뇌교육' 시작"

정우진 2021. 4. 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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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지난 15일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발표 이후 첫 '국가안보 교육의 날'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선 어린이들이 물대포, 최루탄 발사기 등 시위 진압용 무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장난감 총으로 서로를 겨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홍콩 경찰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선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부모와 함께 최루탄 발사기와 물대포 등 시위 진압용 무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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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홍콩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홍콩 경찰학교를 견학온 아이들이 모형 지하철 안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노는 모습. 연합뉴스


홍콩은 지난 15일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발표 이후 첫 ‘국가안보 교육의 날’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선 어린이들이 물대포, 최루탄 발사기 등 시위 진압용 무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장난감 총으로 서로를 겨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세뇌교육’이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홍콩의 각 학교에서 열린 국가안보 교육의 날 행사가 ‘세뇌교육의 현장’이었다고 보도했다. WP는 “홍콩 반환 이후 가장 격렬한 저항이 전개됐던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의 장면과는 대조적이었다”며 “비교적 자유롭고 활기찼던 홍콩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전체주의적인 공간으로 추락했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였다”고 비판했다.

당일 홍콩의 각 학교는 중국 국기 게양식과 함께 중국의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중국의 국가안보 수호를 강조하는 각종 활동이 이어졌다. 일부 학교에선 ‘보안법 퍼즐 게임’ 등을 진행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보안법을 찬양하는 내용의 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선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부모와 함께 최루탄 발사기와 물대포 등 시위 진압용 무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린이들은 지하철 모형 안에서 장난감 총으로 서로를 겨누며 놀기도 했다. 2019년 경찰이 지하철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크리스 탕 경무청장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이 지난 15일 제1회 '국가안보 교육의 날'을 맞아 경찰학교 교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스타일의 '거위 걸음'(goose step)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전에 홍콩 경찰은 영국식 제식훈련을 했다. 연합뉴스


홍콩 경찰은 공식 행사에서 영국식 제식 대신 중국 인민해방군의 행진 방식인 ‘거위 걸음(goose step)’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중국을 따라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거위걸음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걷는 방식으로 북한군 등이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은 “중국인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러운 군대인지 알 수 있는 날”이라 밝혔다.

2019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일부 사람들은 결국 보안법에 조용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조슈아 웡 등 운동가와 야권 정치인 수십여명이 지난 1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카프를 두른 부엉이가 등장하는 ‘국가 안보’를 홍보하는 만화를 아이들에게 틀어주고, 새로 적용되는 보안법을 설명하는 책자를 나눠줘야 했다”며 “일선 교사들은 당국으로부터 보안법을 준수하는 게 교칙을 따르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WP는 “보안법은 과거 홍콩에서 ‘인권과 법치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보편적이고 인권친화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교사는 “이제 막 10살이 된 어린 학생들이 보안법이 포함한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긴 어렵다. (이 행사는) 세뇌교육의 일부가 됐다”며 “학생들은 보안법 교육을 완전히 믿을 것이고 더 이상 홍콩의 과거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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