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틀림과 다름

2021. 4. 2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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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는 말을 요즘 자주 접한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선 나도 모르게 'MZ세대라서 그런가?' '역시 MZ세대!'라는 평가를 내릴 때가 있다.

필자처럼 경험을 근거로는 현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MZ세대라는 프레임이 곧잘 동원된다.

성과급 논란에 대기업 주니어 사무직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4·7 보궐선거 때 20·30대 남성 표가 보수당 후보에 쏠리자 여기저기서 MZ세대 타령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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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산업부장


‘MZ세대’라는 말을 요즘 자주 접한다. 검색하면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고 나온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공정과 실리를 중시한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혈액형·별자리로 본 성격’ 류(類)의 무리한 분석이란 느낌이 없지 않다. 기준도 너무 광범위하다. 학창 시절 필자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선생님들도 있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그분들과 같은 세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실제 88년생 후배는 90년대 후반생들과 같은 세대로 묶는 걸 ‘말도 안 된다’고 한다. 누군가 지적했듯 마케팅 기업이 만든 조어와 해석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편의대로 가져다 쓰는 건 아닌지.

그런데 어떤 상황에선 나도 모르게 ‘MZ세대라서 그런가?’ ‘역시 MZ세대!’라는 평가를 내릴 때가 있다. 필자처럼 경험을 근거로는 현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MZ세대라는 프레임이 곧잘 동원된다. 성과급 논란에 대기업 주니어 사무직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4·7 보궐선거 때 20·30대 남성 표가 보수당 후보에 쏠리자 여기저기서 MZ세대 타령이 한창이다.

‘이해와 절차적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MZ세대의 틀에 박힌 특징 규정을 현 상황에 꿰맞춘 분석들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사무직 20·30대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바탕에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합리적 기준을 만들기 위한 소통 창구가 필요해 기존 생산직 노동자들의 연대와는 결이 다른 사무직 노조 결성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과 이번 보선에서 20·30대 표심이 다른 양상을 보인 것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한다. 정권이나 힘 있는 사람에 의해 룰이 마음대로 바뀌는 것에 대한 MZ세대의 강한 거부감이 선거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인국공 사태’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절차적 정의를 표방한 정권에 대한 의심이 커갔고, 부동산·전세대란을 겪으면서 배신감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과거 ‘정유라 입시 특혜’로 분출됐던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정권을 잡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다는 데 젊은 세대의 생각이 다다른 결과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상당 부분 공감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얘기들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독재에 맞섰던 86세대가 공정에 덜 민감하냐고 묻는다면, MZ세대의 공정 잣대가 자기중심적이 아니냐고 따진다면 딱히 내놓을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수치로도 드러나는 조건의 변화다. 열심히 공부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고, 착실히 돈을 모으면 집도 가정도 가질 수 있었던 바로 윗세대에 비해 현재 2030세대는 모든 환경이 나빠졌다. 결국 이런 조건의 변화가 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고, 경쟁의 공정성을 더 따지는 결과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치권과 기업에는 ‘2030세대와의 건전한 동거’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먼저 해야 할 일은 ‘2030은 보수화됐다’는 둥 섣부른 규정이나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꼰대 마인드’를 버리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세대 갈등은 대부분은 틀림과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서 비롯된다. 다른 조건에 놓여 있는 세대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데도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틀린 생각이라고 무시할 때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고 들을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공통분모를 만드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 즉 그들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는 일부터 안 하겠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한장희 산업부장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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