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김치 게임
MZ세대의 술자리 놀이 중 ‘김치 게임’이라는 게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1 아무거나 채소 이름을 말한다. 2 포털에서 ‘○○김치’를 검색한다. 3 그 채소로 담근 김치가 있으면 술을 마신다. 벌주를 피하려면 절대 김치를 담그지 않을 것 같은 채소를 꼽아야 하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깜짝 놀란다. 쑥·바질·아보카도·아스파라거스·고추냉이·고수·미역을 포함해 향이 고약한 두리안으로 김치를 담갔다는 글도 검색된다.
사실 미슐랭 1스타 한식당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가 1년간 담그는 김치만도 수십 종이다. 익숙한 갓김치·부추김치·깍두기·석박지·백김치 외에 고구마순·깻잎·명이 등 제철 채소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는데 요즘은 향이 좋은 미나리김치(사진)가 제맛이란다.
세계김치연구소가 추정하는 국내 김치 가짓수는 약 150여 종. 기본 재료는 같지만 속 재료와 조리법을 살짝 바꾼 것까지 세면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발간한 『걸어온 길, 되찾은 맛』에는 배추속대와 무를 소금 대신 간장에 절이고 그 물로 김칫국물을 낸 ‘장김치’가 나온다. 나주 남파고택의 ‘반동치미’는 밀양 박씨 종가의 내림김치로 일반 통배추 김치에 새우젓 국물을 부어 만들기로 유명하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 1편 첫 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우리에게 김치란 이런 존재가 아닐까. 밥상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없으면 안되는,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만큼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 음식. 김치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때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Z 환불해주세요" 백신 부지런히 모은 이스라엘의 여유
- "신났네""소설 쓰네""XX자식"…유독 잦은 與 '마이크 잔혹사'
- 또 AZ 사지마비…지병 없던 20대 공무원, 3주뒤 이상반응
- '떡 도둑' 산속 움막집의 기적…15년만에 모친에게 절했다 [영상]
- 평일엔 농장일, 주말엔 싸움질…'김해 해방촌' 공포의 칼부림
- 이재용 ‘백신 특사론’…“반도체 지렛대로 백신 확보해야”
- "100% 국산" 판매1위 된장업체 배신…외국산 콩이었다
- 하필 文 "곤혹" 뒤 재판부 교체…그리고 위안부판결 뒤집혔다
- 국내 허니문 뭐가 좋을까? 제주도는 뻔하다 ‘울·캠·패' 급부상
- 열차 충돌 몇초전, 미친듯 뛰었다…6세 아이 구한 '수퍼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