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68) 돌담장의 안녕

2021. 4. 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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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돌담장의 안녕
김봉군(1942∼ )
아랫돌이 윗돌에게 업어줘서 고맙댔어
윗돌이 아랫돌에게 업혀줘서 고맙댔지
몇 백 돌 몇 천 돌들이 입을 모아 고맙댔네
- 시조생활 2021 봄호

“이 역사를 어찌할 것인가?”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보이지만 우리의 전통 담은 마을 주변에 흔히 보이는 돌을 주워 쌓았다. 큰 돌 작은 돌들로 틈을 메워 쌓은 돌담은 밖에서 집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허술하기도 했다. 큰 돌이 저보다 작은 돌을 업고 그 돌은 또 저보다 작은 돌을 업고 하나의 담을 이뤄 사이좋게 서 있는 양을 보면 돌들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더러 입을 모아 고맙다 하는 것이 우리의 돌담장이다. 한민족이 반만년을 이어온 힘이 바로 이 돌담장의 정신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공동체 정신이 우리를 끝내 살릴 것이다.

국문학자로 평생을 봉직한 김봉군 교수는 최근 에세이로 쓴 역사와 문명 진단서 『이 역사를 어찌할 것인가』를 펴냈다. “자잘한 정치 공학으로 분열 지향적 통치를 해서는 청사에 길이 남는 지도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친일파와 좌파 후손들을 모두 끌어안고, 우리 모두 새로운 통합 대한민국의 큰길을 열자”는 노 교수의 절규는 조국애의 철학자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 ‘돌담장의 안녕’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역사적 과제인 통합을 끝내 이루어낼 것이다. 이 시조에서는 그 간절한 염원의 소리가 들린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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