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감금·성폭행'..피해자 "2차가해·보복 두려워"
서울 강북구에서 20대 남성에 의해 모텔에 감금된 후 성폭행, 불법 촬영을 당했다는 20대 여성이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상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 등으로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보복당할 것 같다며 두려워했다.
A씨는 20일 밤 트위터에 지난 10일 발생했던 감금·성폭행 사건의 피해 당사자라고 밝히며 글을 썼다. 그는 “(처음) 제보했던 연합뉴스 외에 점점 사실과 다른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제가 조건(만남)하는 사람이란 듯한 댓글과 가해자 옹호 발언 및 여자(본인)도 이상하다는 욕을 먹고 있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뉴스 등을 통해) 가해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혐의를 바로 인정했다는 점, 분노조절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감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A씨 사건 관련 일부 언론은 A씨가 가해자를 안심시킨 뒤 호텔에서 스스로 탈출했으며 경찰에 체포된 김씨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 언론은 A씨가 SNS를 통해 피의자를 만났다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A씨는 그러나 이 같은 언론 내용과 관련해 “저는 절대 혼자 탈출한 적이 없다. 가해자가 밖에 나간 적도 없고 계속 같이 있었으며 알몸으로 팔다리, 입 다 묶인 상태에서 도저히 탈출할 시도도 못했다”며 “저는 풀려날 때 가해자와 함께 밖에 나왔다”고 정정했다. 이어 “저는 가해자와 다툰 적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당한 게 어떻게 ‘저와 가해자 사이에서의 다툼이 있었다. 그래서 가해자가 다툼 중 홧김에 저에게 그런 심한 짓들을 저질렀다’로 와전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사건 기사에 달린 댓글 캡처본을 첨부하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저는 한순간에 공공연하게 앱으로 남자 만나는 걸X 골빈X이 됐는데 전 이제 어떻게 사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끊임없이 괴로웠으면 좋겠다. 저한테 보복할 엄두도 안 나게 출소 후에도 얼굴조차 못 들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A씨는 다만 “담당 경찰분들이 가해자를 최대한 빨리 잡아주시고 저를 많이 신경 써서 보호해줬다. 그래서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A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17일 김씨를 체포해 특수강간, 절도, 감금 등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이번주 중 검찰에 송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사건은 같은 날 스스로를 ‘피해자의 지인’으로 소개한 여성 B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상세히 알려졌다. B씨는 이 글에서 “제 친한 언니가 당한 납치강간 사건”이라면서 “20대 남성 괴한이 피해자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한 모텔로 데려가 감금했다. 그러고는 저항하는 피해자를 청테이프로 포박하였고, 피해자를 끔찍하게 강간하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심한 폭행으로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목이 부러져 CT 촬영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에 따르면 당시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신용불량자인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어선에 팔아서 지하 2층 구석에 여성을 감금해두고 성노리개로 쓴다” “필요 없어지면 장기매매용으로 전환한다”는 등의 말로 위협했다고 한다. 또 A씨에게 수차례 성관계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폭행하고 살해 위협까지 했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B씨는 “피해자는 살기 위해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졌고, 가해자는 강간하면서 불법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B씨는 또 가해자가 A씨의 실종을 알아챈 가족들이 계속 연락을 시도하자 ‘가출했다’는 문자를 대신 보내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통화목록 등 캡처본을 첨부했다.
B씨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넷상 말투까지 똑같이 따라하며 피해자인 척 모든 문자를 보냈고, 부모님과의 전화에 스피커폰을 켜며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이야기하길 강요했다”고 첨언했다. 이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애원하며 가출한 것처럼 위장하겠다고 빌자 협박하면서 풀어줬다고 한다”면서 “피해자인 언니가 내게 제발 퍼뜨려 달라고 찾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B씨는 21일 오후 앞서 올린 공론화 글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신상을 지속적으로 파헤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피해자분이 알려주기를 거부했다고 말씀드려도 계속해서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대로라면 피해자분의 신상도 위험하고, 피해자분이 두려움에 떨며 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린 청원은 그대로 있다.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3일간 모텔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20대 남성에게 엄벌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은 아직 공개되진 않았음에도 8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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