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매력적인 그녀, 조 카잔_요주의 여성 #11

양윤경 2021. 4. 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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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매력과 재능이 넘치는 조 카잔에 관하여.
영화 〈루비 스팍스〉의 조 카잔.

내가 남자라면 저런 여자랑 사랑에 빠졌을 꺼야. 〈루비 스팍스〉에서 조 카잔을 처음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사람 누구지?’ 하고 검색하게 만드는 이름. 어느 작품에서든, 어떤 파트너와 함께 라도, 자기만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현실적인 연기로 공감을 일으키는 배우 조 카잔.

〈루비 스팍스〉 〈왓 이프〉 〈빅 식〉 등 조 카잔의 필모그래피에 담긴 영화들은 일반적인 할리우드 로맨스와는 조금 다릅니다. 평범하고 단점이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섬세하고 내밀한 이야기. 마음이 허전한 주말 밤에 보기에 딱 좋은 온기와 재미를 지녔지요. 주이 디샤넬 이후 원피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여주인공은 없을 거예요. 싱그러운 미소를 품은 동그란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죠.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함께 ‘우정과 사랑’ 사이를 그린 〈왓 이프〉.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함께 ‘우정과 사랑’ 사이를 그린 〈왓 이프〉.
파키스탄 출신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제 연애담을 옮긴 〈빅 식〉.
파키스탄 출신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제 연애담을 옮긴 〈빅 식〉.
알고 보면 조 카잔은 할리우드의 뼈대 굵은 가문의 ‘엄친딸’ 입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에덴의 동쪽〉 〈초원의 빛〉 같은 작품을 남긴 전설적인 감독 엘리아 카잔의 손녀. 아버지 니콜라스 카잔 역시 〈바이센테니얼 맨〉과 〈마틸다〉를 쓴 유명 극작가이며, 어머니 로빈 스위코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각본가이자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여동생 마야 카잔 역시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요.

예일대를 졸업한 조 카잔은 스스로 단순한 ‘금수저’가 아니라 재능 있는 아티스트란 걸 증명해 보였죠. 브로드웨이를 거쳐 영화계에 진출한 조 카잔은 연기 뿐 아니라 극작가로서 커리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이미 본인이 쓴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루비 스팍스〉에서는 출연과 함께 직접 각본을 집필했죠. 천재작가가 창조한 소설 속 ‘드림 걸’이 현실로 튀어나와 ‘내 여자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상적인 사랑과 현실 연애의 차이를 그린, 이토록 재치 있고 신선하며 독창적인 러브 스토리라니!

조 카잔이 각본을 쓰고 연인 폴 다노와 함께 출연한 〈루비 스팍스〉.
조 카잔이 각본을 쓰고 연인 폴 다노와 함께 출연한 〈루비 스팍스〉.

조 카잔에게는 닮은 감성을 지닌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파트너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개성 있는 배우 폴 다노. 〈루비 스팍스〉에 동반 출연한 당시 5년차 연인 사이였던 둘은 현재까지 (결혼식 없이) 함께 하며 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연애 초기, 섭식 장애에서 회복하는 중이었던 조 카잔에게 폴 다노가 큰 힘이 되었다고. 두 사람은 소란한 할리우드에서 신기하리만큼 사생활 노출이 없는 커플입니다. SNS도 거의 하지 않는 이 비밀스러운 듀오가 함께 모습을 드러낼 때는 오직 작품을 통해서. 2018년 둘이 함께 각본을 쓴 폴 다노의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는 선댄스 영화제, 칸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창조적인 커플, 폴 다노와 조 카잔. @GettyImages
풋풋했던 시절의 두 사람. @GettyImages
영화 〈와일드라이프〉 주연 배우 제이크 질렌할, 캐리 멀리건과 함께. @GettyImages
배우로 복귀한 조 카잔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찾아왔습니다. 4월 7일 국내 개봉한 〈타인의 친절 The Kindness of Strangers〉. 〈언 애듀케이션〉 〈원 데이〉 등 섬세한 연출력으로 소문난 덴마크 출신의 여성 감독 론 쉐르픽의 신작이기도 하죠.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영화에서 조 카잔은 두 아이를 지닌 엄마로 출연합니다.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거리를 헤매는 궁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 카잔의 얼굴에는 순진한 희망의 기운이 돕니다. 덕분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세 모자의 방황기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신작 영화 〈타인의 친절〉의 조 카잔.
신작 영화 〈타인의 친절〉의 조 카잔.
신작 영화 〈타인의 친절〉의 조 카잔.
삶의 어려움을 겪는 외로운 도시인들이 타인과 나누는 관심과 친절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여느 러브 스토리만큼 달달하진 않지만, 풍경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는 이 봄에 어울리는 따스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조 카잔에게 반하고 맙니다.

뻔한 사랑 이야기, 자극적인 블록버스터에 질린 이들에게 조 카잔은 ‘믿고 보는’ 이름이 되기 충분합니다. 폴 다노 & 조 카잔 듀오의 새로운 작품, 혹은 조 카잔의 연출작도 언젠가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기꺼이 극장에 달려갈 겁니다.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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