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에 맡긴 몸.. "넘어지면 어때" 덤비자 신세계 열렸다

2021. 4. 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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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공연 피에로처럼.. 아재 기자, 외발자전거 도전기
헬멧 등 안전장구를 갖춘 남호철 기자가 자전거도로에서 외발자전거 주행 연습을 하고 있다.


멈추면 쓰러진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 외발자전거 타기다. 외발자전거를 처음 본 것은 어렸을 적 서커스 공연에서 피에로가 타고 나와 저글링을 할 때였다. 서커스 곡예사나 탈 법한 외발자전거를 배우거나 즐기는 애호가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지천명이 넘어가면서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두발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배우고 30대에 산악자전거(MTB)를 탔다. 낯선 ‘피에로 자전거’를 배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외발자전거 도전은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당초 서핑을 배우고 싶었다. 서핑을 하면 보드 위에 엎드려 팔로 저어가다 일어서는(테이크 오프) 순간 균형 감각이 매우 필요할 듯했다. 균형감을 키우는 데 뭐가 좋을까. 먼저 ‘보수볼’로 불리는 밸런스볼이 떠올랐다. 짐볼처럼 탄성이 있는 면과 단단한 바닥면을 갖춘 반구 형태의 보조 기구다. 어차피 기구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외발자전거로 밸런스를 키워 보자고 생각했다. 운동을 즐기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는 의도였는데 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도전 자체가 돼 버렸다.


외발자전거는 바퀴 사이즈가 다양하고 용도에 따라 산악용, 로드용 등으로 나뉜다.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초보자에게 바퀴 크기 20인치 자전거가 좋다는 조언을 받았다. 배우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숙련자들이 기술을 구사하고 습득하는 데 쉽다는 이유에서다. 바로 구매했다. 자전거가 손에 들어오자마자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나 홀로’ 도전해 봤다. 전문적으로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난생처음 외발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올려봤다. 안장에 앉는 것도, 안장에 앉아 중심을 잡는 것도 불가능했다. 철봉 아래로 가서 가로 바를 잡고서야 겨우 안장에 앉아볼 수 있었다. 다음 자전거도로로 갔다. 도로 옆 난간에 의지해 겨우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반 바퀴도 굴릴 수 없었다. 두발자전거와는 전혀 달랐다. 말 그대로 외발에 중심을 얹고 균형을 잡아야 했다.

난간을 잡은 채 앞으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굴려봤다. 힘은 온통 팔과 다리에 쏠렸다.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팔과 다리의 힘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모양새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불의의 사고로 뒷다리를 잃은 동물이 뒷다리 대신 바퀴 달린 보조 기구를 끌고 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쌀쌀한 밤바람에도 온몸엔 땀이 줄줄 흘렀다. ‘무식하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는 말을 근육통으로 실감했다. 처음부터 힘들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외발자전거는 더욱 심했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뒤져봤다. 여러 강좌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게 있었다. 난간을 잡고 외발자전거에 올라탄 뒤 반 바퀴 굴리고 멈추고, 다시 반 바퀴 굴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라는 것이었다.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바퀴, 두 바퀴…. 이렇게 늘려나가라고 했다. 왜 그런지 직접 해보니 실감났다.

강좌는 도움이 됐다. 2주째 접어들자 비록 난간은 잡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감이 왔다. 바퀴 굴러가는 거리가 조금씩 늘었고, 짧은 순간이지만 난간에서 손을 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큰 진전 없이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일주일 만에 탔다는데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처음 부풀었던 기대가 조금 허물어져 갔다. 문제는 용기였다. 쓰러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넘어지면 어때’라고 마음을 먹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더 과감하게 도전했다.

외발자전거 안장 위에 엉덩이를 올려놓은 지 한 달. 일주일에 2~3일, 하루에 1시간 정도 연습한 결과 손을 떼고 20~30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150m 주행도 가능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외발 위 ‘곡예’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희망’으로 다가왔다.

외발자전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레포츠다. 균형 감각을 키워 주고 허리 근육 강화와 자세 교정에 도움이 돼 허리 디스크 예방 및 척추 측만 교정에 좋다고 한다. 집중력도 향상되고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과감히 도전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부피가 작고 가벼워 휴대가 편한 것도 장점이다.

외발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움직이기 편한 간단한 복장이 좋다. 신발은 페달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걸 준비한다. 헬멧은 필수다. 장갑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손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착용하는 게 좋다. 무릎·팔꿈치 보호대도 갖출 필요가 있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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