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착한 기업' 간판 내걸었는데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까닭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채무를 도입할 때 신용도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채무·채권 관계 핵심은 미래에 적절하게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 원리금 상환 능력을 추정하는 신용도 평가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 시장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 격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최고 수준 신용 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는 회사채 ‘AAA’등급 3년 만기 수익률은 1.41%(3월 31일 기준)다. 하지만 보통 수준 신용 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은 낮아도 변동성이 있다고 보는 ‘BBB-’등급은 이자율이 7.57%에 이른다. 따라서 신용등급 평가는 자금 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래 현금흐름과 원리금 상환 능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현재 자료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원리금 상환 능력은 궁극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핵심 사업이나 산업 특성과 재무 정보를 반영하되 현실에서는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차감 전 기업 수익), 부채와 차입금 등 재무적인 요소가 실제 추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비재무적인 요소,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 기업 평가 중요성이 커졌다.
ESG 평가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 내지는 ‘좋은 일 하자’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는 케네스 프렌치 교수와 함께 위험과 수익률 관계를 나타내는 ‘자본자산 가격결정 이론(CAPM)’에 두 가지 위험 요인(기업 규모, 가치주 여부)을 추가해 ‘3-요인 모형(3-Factor Model)’으로 발전시켰다. 시장 수익률 이외에 개별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요인을 발견하고 이를 ‘저널 오브 파이낸셜 이코노믹스’ 학술지 논문을 통해 보고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소형주’와 자산에 대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가치주’ 가격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소형주와 가치주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제시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ESG의 어떤 요소를 가진 기업이 가치를 높였고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초과 수익률로 나타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ESG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구체적인 요소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높일지 보여줘야 한다.
ESG 속에는 많은 하위 개념이 담겨 있다. 더구나 ESG가 채권 발행 등 금융 시장 행위, 금전 보상 등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ESG 하위 개념 중 무엇이 기업의 경제적인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투자자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ESG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투자자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경제적 평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없는 ESG는 한때 유행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는 이들을 궁극적으로 설득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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