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기업 신용에 반영한다는데 ESG가 재무 성과 해친다?
2021년 1월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세계 144개국을 대상으로 ESG 수준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무디스, S&P,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평가에 ESG 요소를 적극 고려하기로 발표한 이후, 구체적 결과로는 처음이었다. 핵심적인 경영 방향으로 언급되던 ESG 경영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통해 재무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 경영이란 ‘현대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 사회 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된다. 인간 사회를 포함한 전 지구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기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류를 위한 편익과 풍요를 생산하는 기업은 인간 생태계의 필수적 절대적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2015년 ESG 경영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준비가 이뤄져왔지만 중소·중견기업 상황은 많이 다르다. ESG 대응에 기업이 느끼는 부담의 본질은 ESG 경영 성과가 명확히 계량되거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존재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재무 성과의 양보와 희생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책이 ‘혁신’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에클스와 조지 세라핌은 “ESG 성과와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재무 성과를 제약하는 과도한 ESG 성과 추구는 기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일 뿐 아니라 결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도 저해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ESG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중기 비전과 목표를 위한 현황 진단(Due Diligence)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 요소는 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게 분포한다. 업의 특성과 기업 경영 현황에 따라 집중해야 할 요소와 우선순위 차이가 있다. 다양한 ESG 평가 추세와 흐름에 따라 리스크·기회 영역을 명확히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야 한다. 정책·시장·기술 동향과 사회적 과제에 기반한 경영 리스크를 가늠하고, 중기 경영 계획과 방향성을 일치시켜야 한다. 특히 기업 내부뿐 아니라 공급 사슬상의 ESG 리스크 또한 면밀히 진단해야 한다.
둘째, 도출된 리스크와 기회 영역 내 시급하고 우선적인 과제를 구체화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선 집중해야 할 ESG 영역은 기업마다 차이가 크다. 에너지 효율화, 수질·환경 오염 저감, 중대 재해 근절 등에서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 과제 실행은 작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만든다. 실행 과정과 성과는 ESG를 조직 내 전파하고 확산하는 도구가 된다.
셋째,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ESG 성과는 즉각적으로 정량화되지 않는다. 때로는 정성적 성과에 머물고 만다. ESG 성과가 정량화되는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주주, 투자자, 평가사 등 이해관계자는 물론 조직 내 소통, 사회와의 명확하고 정직한 소통이 기업에 체질화돼야 한다. 조직 내 소통은 ESG 성과를 향한 혁신 동력의 원천이 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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