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단건 배달은 별로..' 쿠팡이츠 무시한 공정위의 오판

노승욱 2021. 4. 21. 16: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단건 배달)’은 자체 배달 모델보다도 훨씬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서비스다. … 상대적으로 주문 중개 모델의 경쟁력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며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다. 공정위는 단건 배달 서비스의 가치를 폄하하고 “쿠팡이츠는 배민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고 단언했다. 이것이 공정위의 오판이었음이 드러나는 데에는 4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근 배민에 이어 위메프오까지 단건 배달을 따라 하고 나선 것. “쿠팡이츠가 수도권과 광역시 외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정위 전망도 쿠팡이츠가 최근 제주도까지 진출하며 완전히 빗나갔다.

공정위는 왜 불과 4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했을까.

먼저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공정위는 배민의 독점 가능성을 제기하며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 앱이 없었다”는 근거를 댔다. 그러나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단기간에 선두가 뒤바뀔 수 있다. 전국 서비스 오픈 2년 만에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명을 돌파한 당근마켓이 대표 사례다. 공정위는 과거 데이터보다 시장의 역동성과 투자업계 흐름에 더 주안점을 둬야 했다.

쿠팡 특유의 ‘비밀주의 경영’도 한몫했다.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부터 쿠팡이츠 서비스 확대까지 어느 것 하나 미리 공지한 것이 없다. 지난 2월 산업재해 문제로 국회 청문회가 열렸을 때도 최고경영자 대신 외국인인 자회사 대표를 내보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상대로도 이럴진대, 공정위인들 쿠팡이츠의 속내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공정위의 비전문성과 쿠팡의 불통(不通) 경영이 어우러져 역대급 오판을 낳은 셈이다.

쿠팡은 배달 앱 외에도 사업 다각화에 한창이다. 언제든 또 다른 업계에서 독과점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오판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정위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쿠팡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