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나쁘지 않았던 승부구, 그걸 쳐낸 보가츠

김철오 2021. 4. 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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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불방망이'에 무릎을 꿇었다.

류현진은 가장 긴박한 순간에 자신 있게 던지는 체인지업보다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택했고, 보스턴 4번 타자 잰더 보가츠는 이를 놓치지 않고 3점 홈런을 날렸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가진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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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강타선 보스턴 원정서 시즌 2패
4회말 3점 홈런에 연속 장타 맞고 4실점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오른쪽)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 4회말 무사 1·2루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4번 타자 잰더 보가츠(왼쪽)에게 3점 홈런을 맞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불방망이’에 무릎을 꿇었다. 보스턴은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팀이다. 류현진은 가장 긴박한 순간에 자신 있게 던지는 체인지업보다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택했고, 보스턴 4번 타자 잰더 보가츠는 이를 놓치지 않고 3점 홈런을 날렸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가진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토론토의 2대 4 패배로 끝난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누적한 전적은 1승 2패다. 1할대(1.89)였던 평균자책점은 3.00으로 상승했다.

보스턴은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된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를 능가하는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빠른 발에 장타력까지 갖춘 중심타자 보가츠와 연일 홈런포를 쏘는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즈는 보스턴 타선의 ‘원투펀치’로 상대 마운드를 흔들고 있다. 보스턴의 팀 타율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위다. 이 경기에 앞서 0.288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2위인 다저스의 팀 타율 0.265를 크게 앞선 숫자다.

류현진은 이런 보스턴 타선을 3회까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1회말 삼자범퇴, 2회말 선두타자 보가츠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세 타자 연속 플라이로 특별한 위기 없이 이닝을 넘겼다. 3회말에는 무사 1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잡는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도 발휘했다. 토론토 2번 타자 보 비셋은 4회초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드는 듯 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오른쪽)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가진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 3회말에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 이닝까지 보스턴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하지만 타자일순한 보스턴 타선이 4회말부터 돌변하기 시작했다. 첫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서 두 번째로 상대한 타자는 이날 류현진에게 첫 안타를 빼앗은 보가츠였다.

류현진은 체인지업보다 패스트볼의 비중을 늘리면서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온 4구째에서 몸쪽으로 높게 던진 시속 147㎞짜리 패스트볼을 얻어맞고 좌월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승부구로서 류현진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지만, 보가츠는 워낙 잘 치는 타자였다.

류현진은 그 이후 마빈 곤잘레스에게 2루타, 바비 달벡에게 3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류현진이 한 이닝에서 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맞은 것은 이례적이다. 류현진은 이 이닝에서만 4점을 빼앗겼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6회말 수비 때 교체됐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의 전문가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는 류현진이 이날 체인지업·패스트볼 27개씩, 커터 17개, 커브 12개를 적절하게 배합해 81개의 공을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커터의 비중을 다소 줄인 점을 제외하면 앞선 경기들과 공 배합에서 큰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제구와 구속이 미흡했다고 자평했다. 경기를 마친 뒤 “보스턴 타자를 한 차례씩 상대한 뒤 몸쪽 위주로 승부를 시도했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구속도 평소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3점 홈런을 허용한 보가츠와 승부에 대해서는 “공이 가운데로 몰리지 않았다. 상대 타자가 잘 친 것”이라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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