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기모란 말로 복기한 백신확보실패이유

오병상 2021. 4.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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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방역기획관, 50여회 김어준 뉴스공장 출연 정부입장 옹호
그 발언내용 되짚어보니..현정권의 백신확보 실패이유가 보인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코로나 생각만 하면 짜증 나는 뉴스 투성이입니다. 이스라엘이 백신접종에 성공해 마스크를 벗어던졌다는 외신이 부러울 따름인데..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백신 서두를 필요없다’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했고..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모란 파면’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와중에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이 방역엔 성공했는데, 그 성공을 누리다 백신에 실패했다’며 ‘경제회복에 마이너스’라는 보도로 염장 지릅니다.

2.왜 이렇게 됐을까요? 정부방침에 따라 마스크 꼭꼭 쓰고, 거리두기 하느라 사람도 못만나고, 확진되면 핸드폰추적 등 개인정보 통째로 내놓았는데..도대체 왜 코로나 탈출은 기미도 보이지 않는 걸까요. 국민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충실히 따랐는데..정작 정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백신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3.왜 백신확보에 실패했을까요? 기모란 교수 말을 재구성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방역전문가 기모란은 사실상 정부대변인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가 정부입장을 옹호하기위해 50여회 출연한 채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입니다. 몇차례만 짚어보겠습니다.
2020년 5월 20일. 미국 트럼프가 ‘백신이 연내 개발될 것’이라고 얘기했던 시점. 기모란은 ‘연내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김어준이 ‘정치인의 블러핑’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기모란은 백신개발의 세계적 흐름을 몰랐습니다. 백신은 그해 12월 출시돼 영국 12월 8일, 미국 12월 15일 접종 시작했습니다.

4.더 결정적인 건 ‘백신확보 서두를 필요없다’는 판단입니다.
2020년 11월 20일. 기모란은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확보는)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어준이 ‘미리 돈 주고 그럴 필요 없다’고 하자.. 기모란은 ‘내년 3,4월 많은 약들이 효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더 좋은게 계속 나오면 이것(기존계약) 물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어준이 ‘화이자 마케팅에 우리가 넘어갈 이유는 없다’고 하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5.이 대목이 바로 뉴욕타임즈가 지적한 ‘방역성공이 백신실패를 초래했다’에 해당됩니다. 방역에 성공해 환자가 많지 않으니까..미리 백신확보하는데 돈 낭비할 필요 없다는 판단입니다.
판단미스입니다. 코로나의 종결은 결국 백신밖에 없습니다. 전세계가 백신을 갈구하는 상황에서 백신 조기확보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모르는 안이한 태도입니다. 미국 트럼프조차 20조원을 투입해 개발을 지원하고 물량을 조기확보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무지와 안이한 판단 때문에 화이자에서 2020년 여름 조기확보 의사를 타진해왔을 때 외면했던 겁니다.

6.기모란의 무지는 김어준의 음모론과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12월 10일 방송에서 기모란은 ‘화이자나 모더나 경우 mRNA 방식을 처음 써본 것이라 불안감이 크다’며 ‘기존의 방식을 쓴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모더나 3가지가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어준은 ‘화이자 모더나는 미국 회사고, AZ는 영국회사’라며 ‘FDA(미국식품의약국)가 AZ 승인을 늦추는데 화이자 모더나 같은 회사가 힘을 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풍깁니다. 기모란은 ‘그렇죠’라고 맞장구 칩니다.

7.미국이라면 대통령이나 정부나 제약사나 모두 조롱했습니다만..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mRNA라는 획기적 신기술을 이용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아무 이상 없고, AZ는 혈전을 일으키는 우려 때문에 접종을 중단하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FDA는 이런 점을 지적하며 AZ에 자료보완을 요구해왔습니다. 미국은 AZ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얀센에 대해서도 접종중단을 권고했습니다.

8.기모란과 문재인 정부의 이런 인식 뒤에 국뽕이 숨어있습니다. ‘백신주권’입니다.
백신을 우리가 개발하자..정말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이는 세계 의학ㆍ과학계에 무지한 정치적 레토릭입니다. 국산백신 개발은 아직 요원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백신은 빨리 맞아 집단면역이 생겨야 사회가 정상화되고 경제가 살아납니다.

9.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작년말 진짜로 백신접종이 시작된 이후입니다. 기모란은 지난 1월 11일 뉴스공장에 출연, 김어준이 ‘우리가 백신접종 시작하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빨리 할 것’이라고 하자 ‘우리는 빨리빨리 민족이니까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확보에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3월 29일과 4월 2일 기모란은 연거푸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급에 문제 없다’고 강조합니다.

10.지금 코로나 상황이 그간 문재인 정부의 모든 걸 말해줍니다. 접종속도도 느리고 백신수급도 차질의 연속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각국 접종순위 100위권 밖입니다.
국가적 위기관리 차원에서..정권이 바뀌면 철저히 조사해서 백서를 남겨야 합니다. 누구를 벌하자는 차원을 넘어..환경파괴로 팬데믹이 잦아질 미래에 이런 엉터리 국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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