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콘서트, 해외 "수천명 실험" vs 국내 "무조건 불가"

박정선 2021. 4.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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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거리두기' 없는 대규모 콘서트 개최
국내선 여전히 '미스터트롯' '싱어게인' 등 콘서트 줄취소
ⓒ음공협

1년이 넘게 장기화되는 코로나19에 저마다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과 대책 마련에 소외된 산업들도 존재한다. 대중음악 공연계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소규모 공연장·소형 기획사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음향설비 업체가 폐업하는 등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대중음악계의 위기는 국내외를 막론한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잇따라 ‘탈(脫) 코로나 실험’이 진행되는 등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대중음악 공연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영국이 내달 2일 리버풀 세프턴 공원에서 50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BBC 방송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와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검사 결과는 30분 안에 나온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도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고,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연락처를 남겨놔야 한다.


정부는 이번 실험 콘서트를 계기로 어떤 조건 아래 대규모 행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버 다우든 문화부 장관은 대중이 다시 안전하게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설정으로 실험을 하겠다고 설명했고, 맷 행콕 보건부 장관은 이번 콘서트가 앞으로 대형 행사를 개최할 때 어떤 접근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에 앞서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지난달 수백~수천 명이 모이는 실험 콘서트를 개최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는 대규모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두고 있다.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은 거리 두기 좌석제로 활발히 열리고 있는 반면, 대중음악 공연은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돼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수도권 기준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에선 지침에 따라 100명 이상의 공연은 열릴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소라, ‘미스터트롯’ ‘싱어게인’ 등 콘서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럽의 국가들은 대부분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와 비교하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62.1% 가량인 3269만3527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집단면역이 생긴 것으로 판단한 영국 정부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국가들은 꾸준히 정부 방침으로 취소된 공연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등 대중음악공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예산을 투입해왔다. 유럽은 정부 지침에 따라 취소되는 공연에 대해서는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공연 사업 손실 지원을 위해 25억 유로(약 3조3243억원) 규모의 정부기금을 설립했고, 이탈리아도 라이브클럽·콘서트 기획자·음악가 등에게 총 5000만 유로(약 664억원)를 지원했다. 또 오스트리아는 정부 방침으로 취소되거나 손실을 본 공연에 대해 건당 80만 유로(약 10억원)까지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대중음악 공연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높게 평가한 데서 나온 대책이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국내에선 대중음악에 대한 지원 자체가 매우 부족하고, 그나마 편성된 예산 지원이 온라인 공연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방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국내외 팬덤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아닌 이상 중소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에게는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구나 타 장르와 차별적인 방역 지침에 관리 주체가 모호한 탓에 대중음악 공연 진행 여부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등이 얽혀 있지만 결국 최종 판단과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이렇다보니 대중음악 콘서트는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의 운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최근엔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를 발족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콘서트 등 탈코로나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내에도 이와 같은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OECD 회원국 27개국 중 35위로, 1차 누적 접종자 151만7390명(19일 0시 기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유럽과 같은 실험은 무리일 수 있지만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될 내년, 내후년의 장기 계획이라도 나와야 재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내년 해외 투어와 대규모 공연, 페스티벌 등의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없어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다. 무작정 준비하다가 또 연기·취소가 될 경우엔 그 피해를 온전히 주최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공연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 향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또 코로나19 단계에 따라 차별 없는 지침 마련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해외의 경우 공연장 근처에 임시 검사소를 만들어 출입 여부를 관리하고 있다. 국내도 무작정 공연을 열지 못하게 막을 것이 아니라 검사소 도입 등 안전하게 공연을 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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