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로 650억 대박" 삼성전자 파이어족 소문의 진실
"암호화폐 대박, 사실이냐" 게시글 화제
삼성 측 "직원 개인정보라 언급 부적절"
‘오는 ◯◯일 퇴사 예정.’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소개란에 올려둔 글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선·후배에게 퇴사 일정을 공개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투자 수익으로 시세 차익을 거둔 뒤 직장을 일찌감치 그만 두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族)’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퇴직(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 최근 암호화폐 투자 붐 속에서 젊은 직장인이 갑자기 퇴사했다는 소식이 종종 뉴스가 되곤 한다. 대개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젊은 시절 바짝 모아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9일 오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7400만원대로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에만 30%가량 급등했다.
암호화폐 가격의 고공행진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폐쇄형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삼성그룹사방에 지난 3일 비트코인 투자로 수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두고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게시글에서 ‘삼성전자의 어느 직원이 5000만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400억원을 벌었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삼성전자 직원에게 소문의 진위를 물었다. 삼성그룹사방은 삼성 계열사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인증해야 글을 올릴 수 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C씨의 퇴사 소식이 돌았다. 최초 투자금은 애초 알려진 5000만원이 아닌 2억원이었고, 수익금도 400억원이 아니라 650억원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개인 임직원의 퇴직 여부나 퇴직 사유는 개인정보에 해당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신한카드에 다니던 한모씨가 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한씨 역시 암호화폐 투자에 크게 성공해 회사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1억원을 포함해 투자금 2억3000만원으로 1년여 만에 30억원대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한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60%가 비트코인·이더리움, 30%가 주식, 10%가 현금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도 제약업계에서 비슷한 소문이 돌았다. 당시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한미약품 사옥에 ‘한미약품 퇴사 용빈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사진이 SNS에서 확산했다. 비트코인으로 50억원을 번 뒤 퇴사하면서 현수막을 걸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15년간 일하다 퇴직한 사원이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현수막을 건 것”이라며 “퇴사자에게 물었더니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부인했다”고 밝혔다.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직장인들이 재테크에 집중하면서 업무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0’에 따르면 투잡족은 10.2%로 2018년(8.1%)보다 2.1%포인트 늘어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회사원 10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부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87.2%는 직장에 알리지 않았다. 빚을 내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든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산업구조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가치관도 달라지면서 주로 금융업·정보기술(IT)·벤처 업종에서 파이어족이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내에서 자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등 피고용자가 직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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