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죄책감 느낄까 봐.." 친부 성폭행 신고한 딸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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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피해 여성이 임시 거처에서 머물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B씨에게 적용한 준강간 혐의는 피해자가 심신 상실 상태이거나 항거 불능 상태인 점을 악용해 성관계한 경우 해당된다.
경찰은 피해자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친부를 향해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이자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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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피해 여성이 임시 거처에서 머물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해자는 생전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과 두려운 감정을 복합적으로 가지면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대 친딸 A씨를 10년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로 50대 남성 B씨를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이 B씨에게 적용한 준강간 혐의는 피해자가 심신 상실 상태이거나 항거 불능 상태인 점을 악용해 성관계한 경우 해당된다. 경찰은 피해자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친부를 향해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B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이나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진 후 유일한 양육자였던 아버지에게 의지하며 생활해야 했던 A씨는 오랫동안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A씨는 과거 ‘아빠가 죄책감을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 못했다’ ‘하나뿐인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걸 잃은 기분이다’ 등의 심경이 담긴 글을 SNS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이자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사실은 주변의 설득 끝에 드러날 수 있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A씨는 지난달 5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에 머물던 A씨는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신고 사흘 뒤인 지난달 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가 진술 조서도 작성하지 못한 채 사망한 후 B씨는 경찰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친족 성폭행은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피해자 진술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SNS 글,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정황을 다수 파악했고 지난달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 송치 후에도 경찰은 직간접적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안내로 A씨가 외부 성폭력 상담 및 지원기관에 제출한 증거 일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이달 초 B씨를 구속 기소했다. B씨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첫 재판은 다음 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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