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 법적으로 보호하는 '한국형 브로디법' 시급

2021. 4.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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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개정이 국민의 명령이다 <14>
한국로잔위원회와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에서 공동으로 생명주일 예배를 드리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대한민국은 형법의 적용에 있어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만 개시 시점을 사람이 되는 시작으로 삼는다. 그래서 법원은 임신한 여자 친구의 배를 발로 걷어차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태아에 대한 상해죄 성립을 부정했다. 병원에 영양제를 맞으러 온 임산부를 다른 환자로 착각하고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서도 태아에 대한 살인죄(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아니라 임산부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죄만 적용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만삭의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후 살인죄와 폭행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태아를 포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살해된 태아의 이름을 따라 브로디법이라 명명됐다. 이후 2009년 세차장에서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게 브로디법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반면 대한민국은 독자 생존이 가능한 태아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법적 보호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태아 살인죄와 상해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낙태를 일부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미국인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국에는 낙태에서 생존한 356명이 모여 설립한 ‘낙태 생존자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모든 인간은 선택 그 이상의 존재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낙태 수술에서 생존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4년까지 낙태 수술 과정에서 생존 상태로 태어난 후 사망한 영아는 최소 143명이었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주가 대부분임을 고려할 때 낙태 생존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2017년부터 낙태 생존아 보호 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2019년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 막혀버렸다. 그러나 지난 1월 이 법안이 다시 발의됐는데, 낙태 생존아에 대한 의료인의 생명 보호 의무를 명시했고, 낙태 생존아를 살해하면 1급 살인죄로 처벌되도록 규정했다.

이재훈 서울 온누리교회 목사가 생명주일 예배에서 태아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성경적 이유를 설교하고 있다.


한국에선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하려 했으나 살아서 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의사는 미리 준비한 양동이에 넣어 익사시켰고 살인죄로 처벌됐다. 그러나 낙태 생존아에 대해 긴급 의료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낙태가 합법화된 이후 미국에선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낙태 기법인 부분출산 낙태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부분출산 낙태는 태아를 모체로부터 일부분만 추출한 후 낙태하는 것이다. 태아의 머리 부분만을 먼저 추출한 다음, 살해 후 나머지 사체를 자궁경관을 통해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또 자궁 내 태아가 발이 아래로 오게끔 위치를 변경한 후 태아의 발부터 목 부위까지를 먼저 추출한 상태에서 사망케 하고 나서, 나머지 부위를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1995년부터 미국의 31개 이상 주에서는 주법으로 부분출산 낙태를 금지했다. 그러나 프로초이스(낙태 찬성) 측에서 이 법이 여성의 낙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효력을 중지시킨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2003년 연방의회에서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이 제정됐다. 곧 위헌 소송이 제기됐으나 2007년 연방대법원은 합헌 판결을 내렸다.

부분출산 낙태는 태아의 특정 부위 신체 조직을 추출해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미국 최대 낙태단체인 가족계획연맹의 낙태 시술소에서는 태아의 심장 등 장기 추출을 위해 불법적인 부분출산 낙태를 한다는 낙태 담당 의사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해 공개됐다. 이 동영상에 대해 가족계획연맹의 고위 임원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가족계획연맹이 온전한 태아의 장기 추출을 위해 부분출산 낙태 시술을 했음을 인정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낙태아의 장기와 세포의 가격은 수천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프로라이프(낙태 반대) 국제 NGO인 휴먼 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유럽과 러시아에서 낙태아의 장기가 주름 제거 화장품 원료와 미용 시술 재료로 판매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체유기죄는 사망한 태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장기 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도 법적으로 사람이 아닌 낙태아에 적용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낙태아의 사체가 폐기물관리법상의 의료폐기물에 해당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낙태의 산업화를 방지하려면 낙태아의 장기 매매, 기증 및 연구목적 사용을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태아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변호할 능력이 없는 태생적 약자다. 그러나 우리 법제에서 유일한 태아의 생명권 보호 장치라고 할 수 있는 낙태죄마저도 입법 공백 상태에 빠져있다. 국회는 태아 생명의 보호를 위해 법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전윤성 미국 변호사 (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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