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인프라] 자장면값 인상분의 37%는 최저임금 탓

김기찬 2021. 4. 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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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학회, 최저임금 집중 해부
최저임금도 못 버는 자영업자 27%
임금근로자 전환해도 일용직 전전
청년·노년층 일자리 감소 직격탄
"인상 부작용 반영해 결정해야"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됐다. 2022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확정 고시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동안 최저임금은 한꺼번에 30%가량 올랐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변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의 첨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생물처럼 움직이는 시장의 역동성을 어설픈 논리나 이념이 이길 순 없었다. 노동시장이 요동을 쳤다. 그제야 하늘을 향해 흔들던 꼬리를 슬그머니 내렸다. 직전 2년 동안 최저임금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묶이면서다. 물론 반성은 없었다.

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한국노동경제학회는 『노동경제논집』 최신호에 최저임금 연구 논문 3편을 실었다.

① 외식비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최저임금

전병힐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팀은 최저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최저임금 관련 근로자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생산자 물가지수가 0.77~1.68% 올랐다. 생산자 물가지수 상승분 가운데 대략 0.82~3.01%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2010~2017년 치다. 최저임금이 16.4%나 확 오른 2018년 치를 뺀 연구 결과가 이 정도였다.

최저임금 오르면 외식 가격도 덩달아 인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외식비의 변화도 분석했다. 서민이 접하는 냉면·비빔밥·김치찌개 백반·삼겹살·자장면·삼계탕·칼국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2013~2018년 최저임금의 평균 인상분(8.69%)을 대입했더니 최저임금 조정에 따라 삼겹살은 연평균 62~117.1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의 연평균 인상분은 249원이었다. 연평균 인상분의 24.9~47%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얘기다. 자장면은 연평균 인상분(93원)의 15.3~37%가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해 자동으로 인상됐다. 연구팀은 “연평균 외식비 증가분 중 4.45~47.04%가 최저임금 변화로 설명된다”고 지적했다.

② 자영업 접고 임시·일용직 아니면 실업자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팀은 최저임금이 자영업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연구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임금근로자는 2015년까지 8% 수준이던 것이 2018년 11.6%로 치솟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선 임금 동맥 경화로 비화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 23.2%에 달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분(10.9% 인상)을 대입하자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자영업자 규모는 26.8%나 됐다.

최저임금 오를수록 최저임금도 못 버는 자영업자 급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희한한 건 2009~2018년 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자영업자의 비중은 감소했다. “저소득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영자로 남아있기보다 임금 근로자로 이동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최저임금도 못 버니 차라리 장사 대신 임금을 받는 쪽으로 갈아탔다는 의미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상용직이 아니라 임시·일용직으로 입직했다”는 게 연구 결과다. 생계를 위한 벼랑 끝 선택인 셈이다. 이른바 자영업자 밀어내기 가설(push hypothesis)이 노동시장에 현실화했다. 특히 고졸 이하 저소득 자영업자는 취업조차 못하는(미취업) 확률이 10%에 달했다.

③ 최대 34만명 일자리 사라져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졌다. 강 교수는 “갑작스럽게 빠르게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2018년의 노동시장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추정하기에 적절한 실험실을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 고용규모를 1.5~1.74% 감소시켰다. 2017년 근로자가 총 1993만명 임을 감안하면 29만9000~34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소규모 사업체의 고용 충격은 더 컸다. 2018년 기준으로 1~4인 사업장은 2.39~2.99% 고용규모가 감소했고, 5~29인은 1.96~2.04% 줄었다. 30~299인 사업체는 1.47~1.65% 감소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고용 감소효과가 관측되지 않았다. 결국 ‘없는’ 집 근로자만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전 연령층에서 고용이 감소했지만 특히 청년층(18~29세)과 노년층(55~70세)에서 감소 추세가 더 강했다. 강 교수는 “향후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미칠 부정적 고용효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세 편의 논문을 종합하면 최저임금이 올라도 외식비를 비롯한 물가가 오르면 근로자 입장에선 임금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돈 가치가 떨어져서다. 그 와중에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이 파놓은 늪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임금근로자로 전환을 꾀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진입 문턱이 높아져 임시·일용직을 전전하게 된다. 청년도 일자리를 못 구한다. 시장을 이기려 드는 이념의 고집이 빚은 실상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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