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든 주관 기후정상회의서 한국이 울림 주려면
영국 기후변화법 벤치마킹 하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관하는 기후정상회의가 22∼23일 화상으로 열린다. 초청받은 40개 국가 정상들은 기대와 동시에 큰 부담을 안고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각 나라에서 어떤 조치를 추가로 할지 대안을 내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큰 도전 과제를 던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인류가 사용하는 전기와 자동차 종류부터 건물 설계 방식, 먹는 음식 종류까지 모든 생활 경제 분야에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절대다수의 시민과 기업, 투자가에 이익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경제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스턴(Stern) 보고서 등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방치했을 경우 국제사회가 입게 될 경제적 손해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훨씬 막대하다.
이렇듯 기후위기에 정면 대응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한데도 많은 정부가 선뜻 변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모두가 단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뛰어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추동하는 한 가지 방법은 법적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각각 2030년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지 목표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면 관련 모든 정책이 목표를 기준으로 흔들림 없이 이행될 수 있다.
영국 의회는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영국의 저탄소 전환 정책을 이끌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영국은 법안에 명시된 목표에 따라 석탄발전을 2025년까지 완전히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신차 판매를 전면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연구소인 캠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는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국내총생산(GDP)이 0.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영국 기후변화법은 지금까지 1990년대 대비 43.8%라는 인상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경제 상승효과까지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한국도 지난해 말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기후위기 대응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법이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의 입법가들이 참고하길 바라며 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최신 과학에 근거해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이라는 과학계의 권고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둘째, 5개년 목표를 설정하는 기초를 제공했다. ‘탄소 예산’이라 불리는 이 목표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부 부처와 정치인에게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셋째, 독립적인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CCC)를 구성하는 법적 기반이 됐다. 전문가로 구성된 CCC는 정부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치를 제안하고 실제 이뤄진 조치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의 경험을 요약하면 과학에 기반을 둔 배출 감축 목표를 담은 잘 만들어진 법안, 그리고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가 국가를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
곧 열리는 기후정상회의부터 11월 예정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까지 관련국들은 앞다퉈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10위권인 한국이 잘 만들어진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마련한다면 국제 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울림 있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다.
레베카 뉴섬 그린피스 영국 정치팀장,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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