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물류 노동자들의 근육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물류 기업인 아마존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에 실패했다. 아마존 노동자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봐야 하는 근무 환경과 충분하지 않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잦은 부상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했다. 따라서 미국 아마존의 앨라배마 물류센터가 노조설립을 추진하자 많은 미국인들이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노조 결성 반대로 나타났다. 사측이 노동자들의 투표를 감시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반대표를 유도한다는 고발이 나왔지만, 동시에 많은 노동자들은 노조가 약속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지역 최저시급의 2배를 주면서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주는 일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생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노조 결성을 막은 후에 CEO 제프 베이조스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이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노동자들이 다양한 근육과 힘줄을 교대로 사용해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몸을 다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문제제기에 테크 기업 답게 알고리즘을 통해 고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모든 창고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싶겠지만 아직은 인간 노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물론 로봇이 물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이들은 해고될 운명이지만 적어도 그 날이 올 때까지 아마존은 노동자들의 근육을 신경 써줘야 한다. 그런데 그 수단이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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