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백신공장 인도 '하루 26만명' 코로나 진앙지됐다

석경민 2021. 4. 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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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브라질 3배로 일일 신규 확진자 발생
'거리두기' 실종에 인도발 '이중 변이' 확산
인도 "수출제한"에 전세계 백신 공급 비상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 하리드와르에 수백만 명의 순례객이 모였다. 이들은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 멜라'를 맞아 갠지스강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약 18만 5000명을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인도가 18일(현지시간)까지 나흘째 2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 진앙지가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인도발 코로나19 변이까지 퍼지면서다. 세계 최대의 코로나19 백신 제조국인 인도가 코로나 일일 확진자 최대 발생국이 되면서 글로벌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는 522만 7426건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다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22만 7426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WHO 캡처]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인구 대국’ 인도다. 인도에선 18일 하루 집계된 코로나19 양성 사례만 26만 1500건에 달한다. 이날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브라질(8만 5774명)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인도는 지난해 8~9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2차 대유행을 겪고 있다. WHO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처음 넘은 이후 열흘 만인 15일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나흘 연속 20만 명을 넘으며 매일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WHO 통계로 볼 때 인도는 지난 1차 대유행에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하루에 10만 건을 넘은 적이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검사 횟수가 미국 및 서구 사회보다 크게 낮은 만큼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약 1478만명이다. 지난 3월 중순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WHO 캡처]


2차 대유행으로 인도의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아즈리왈 케즈리왈 델리주 총리는 이날 “2000만 명 이상이 사는 수도 뉴델리에서 사용 가능한 중환자실은 100개 미만”이라며 “코로나19 양성률도 하루 만에 24%에서 30%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뉴델리에선 학교에 별도의 병상을 설치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며, 연방 정부에 인공 호흡기를 요청한 상태다.

BBC는 2차 유행에 대해 “인도 정부가 대처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며 “너무 일찍 승리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하루 확진자 수가 1만 명대로 떨어지자 지난달 7일 하르시 바르단 인도 보건부 장관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마지막(endgame)에 서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앞장서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풀고 시민들의 방역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인도에선 대규모 종교 축제와 지방선거 등으로 마스크 착용, 밀집 금지와 같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BBC에 따르면 인도 4대 성지 중 한 곳인 하리드와르에선 힌두교 최대 축제 ‘쿰브 멜라’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백만의 순례객이 몰려들고 있다. 확진자 수가 18만 명을 처음 넘은 13일에도 약 300만 명 이상의 순례객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갔다. 인도 OP 진달 글로벌대학의 쉬브 비스바나단 사회학 교수는 “지금 인도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밀집 행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 웨스트벵골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 현지 언론들은 대다수 참석자가 노마스크 차림으로 거리두기 등도 지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여기에 인도발 코로나19 변이(B.1.617)도 인도 2차 유행의 원인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추적 사이트(tracker outbreak.info)가 WHO 산하 유전자 정보 공유 기구인 ‘지사이드(GISAI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월 극히 낮았던 인도발 변이 감염률은 4월 들어 52%까지 급증했다.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경우 60%가 넘었다.

인도 번스타인 보건연구소장인 니티아 바라수브라마니안은 블룸버그 통신에 “최근 인도의 확진자 증가는 코로나19 변이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변이는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할 요소”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인디언 익스프레스도 “높은 확산세는 사회적 접촉의 증가와 전파력이 높은 변이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변이는 두 종류의 변이를 함께 가진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의 특징인 스파이크 단백질 484 부위의 변이와 미국(캘리포니아주) 변이의 특징인 452 부위의 변이를 포함하고 있다. WHO는 지난 16일 “(인도발 변이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두 변이에서 볼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며 “이 돌연변이는 전파력이 높고 항체의 중화 효능을 감소시켜 백신의 예방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인도발 변이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최소 10개국에서 발견됐다. 18일 한국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도 “1월 이후 인도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는 94명이고, 이 중 인도 변이 감염자는 9명”이라고 밝혀 인도 변이의 국내 상륙을 확인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 성지 하리드와르를 찾은 순례객들이 갠지스강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백신의 약 60%를 생산하는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세계 백신 공급망은 비상이 걸렸다.

CNN 방송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인도 세럼연구소(SII)는 지난해 국제백신공동구매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에 가입된 92개국에 최대 2억 회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인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자국민 우선 접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백신 수출을 제한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도 지난달 25일 “SII에서 제공하는 백신 물량이 3월과 4월에 늦어질 것”이라며 “이는 인도 내 백신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CNN은 인도의 백신 수출 제한으로 코로나19 백신 구매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빈곤국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는 “인도의 수출 제한은 아프리카 대륙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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