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좁혀지고, 합종연횡까지..삼성전자, 메모리도 위협받는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이 ‘넛크래커’ 신세에 몰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영토 확장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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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두 유지하지만 점유율은 하락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는 1992년부터, 낸드플래시는 2002년부터 세계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의 D램 점유율은 2016년 46.6%에서 지난해 41.7%로 떨어졌다.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반면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20.4%에서 23.5%로 ‘은근히’ 시장을 키웠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25.6%에서 29.4%로 영토를 확장했다.
낸드플래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38.7%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33.9%까지 빠졌다. 일본의 키옥시아는 같은 기간 16.5%에서 18.9%로, 마이크론은 10.9%에서 11.4%로 각각 몸집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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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와 기술 격차 줄어드는 중”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만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가 2년이라면, 마이크론의 신제품은 삼성전자의 2년 전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1년으로 줄면 값을 좋게 받을 수 있어 매출이 늘어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선두권 기업의 연구개발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후발주자의 추격 속도는 빨라진다”며 “삼성전자가 강조해온 ‘초격차’가 따라잡혀 평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경쟁사가 가져갔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176단 이상 3차원(3D) 7세대 적층(V) 낸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직 6세대 V낸드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또 지난 1월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4세대(1a)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3세대(1x·1y·lz) 10나노 D램 양산의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4세대 D램, 176단 낸드 개발과 양산을 모두 마이크론이 쓸어가면서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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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합종연횡으로 낸드 1위 ‘흔들’
세계 6개 기업이 경쟁하는 낸드플래시에선 점유율 1위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30%대 점유율로 여유있는 1위다. 나머지 5개 기업은 10%대에서 순위 싸움을 하는 구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이 32.9%로 1위고, 키옥시아(19.5%). 웨스턴디지털(14.4%),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11.2%), 인텔(8.6%) 순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업계 2위인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삼성이 지켜온 ‘부동의 1위’가 위협받게 됐다. 두 회사 중 어떤 곳이든 키옥시아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와 맞먹는 규모로 떠오르게 된다. 업계는 키옥시아의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약 3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SK하이닉스도 90억 달러(약 10조1300억원)를 투입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작업이 마무리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절대 강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와 3파전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이 마이크론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게 급선무”라며 “반도체 미세공정과 생산 효율 등 기술 분야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전무 역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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