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기후 공약 공백.. 지속가능한 서울입니까?"

권지원 2021. 4.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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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한 목소리 청년들이 계속 내줘야.. '정치적 응집력' 무엇보다 중요

[권지원 기자]

▲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주요 정당 후보 핵심 기후 공약 양당 후보들의 기후 공약에서는 탄소 중립 및 에너지 전환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 권지원
 
'대권 디딤돌'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기후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20년 10월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이 선포되었지만, 거대 양당의 탄소 중립 로드맵은 '공백'이었다.     

오세훈 시장의 기후 공약은 '전기자동차 급속·완속 충전기 20만대 공급' 뿐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에너지 자립률을 고려하면, 탄소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감축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에너지 자립도는 1.82%다. 나머지 98.28%는 서울 외 지역의 화력·원자력 발전소에서 수입해온다는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45 탄소중립 달성을 천명했지만 '21분 도시', '수직정원 조성' 등 인프라 공급 및 개발 중심 전략에 그쳤다. 2018년 기준으로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68.8%가 건물에서 배출된다.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후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기후 정책 요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 대학생기후행동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기자회견 현장 대학생기후행동 대표 최재봉 씨가 기후 정책 대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지원
 
30년 뒤에도 서울에 남아있을 2030세대는 고민이 깊다. 전국 대학생 기후정의단체 '대학생기후행동' 최재봉 대표는 "청년들이 사회로 진출할 시점에는 이미 일상 자체가 재앙으로 변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층이 기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이유를 묻자, 최 대표는 "올해 대학생기후행동에 가입한 신입 회원 대부분이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미 우리의 일상은 사라지고 있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사회를 살아갈 당사자이기에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청년들의 기후 정책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지난 달 시청 앞 기자회견에 앞서 ▲자동차 감축 ▲인프라 과밀화 해소 ▲채식 기반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 ▲에너지·폐기물처리 자립화율 100% 실현 ▲청년 주거권 보장 등을 담은 기후 정책 질의안을 5개 주요 정당 후보에게 보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모든 질의 사항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교통과 인프라 정책에만 부분적으로 찬성했다. 그 외의 정책 사항에는 반대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무응답,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의 질의 문항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 대학생기후행동
최 대표는 사실상 예상된 결과였다고 말하며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근본적인 기후 대책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도 질의서를 보낸 배경을 묻자, 최 대표는 "다들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계란을 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군소정당의 기후 비전은 갈 곳이 없다

청년들의 기후위기 의제가 정치적 주류로 나아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MZ 세대를 대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서울시 기후에너지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8GW 구축 ▲그린 리모델링 사업 확대개편 ▲2030년 건물 탄소배출총량제 의무화 ▲서울 시내 자동차 100만대 감축 ▲교육·공공기관 채식식단 기준 마련 등을 포함한 '그린라이트 서울 5대 비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신 대표는 양당 후보와 제대로 붙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은 여러 차례 TV 토론회에 초청된 반면,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단 한 차례의 기회가 주어졌다. 양당 후보가 참여한 TV 토론회 방영시간은 총합 8시간 12분에 달하는 한편, 초청 외 후보들에게는 약 2시간이 주어졌다.

신 대표는 "11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서울 시민들께 그동안 준비한 정책들을 보여드려야 해 아쉬웠다"며 "군소정당이 겪는 불합리함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완주 소감 밝히는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대표는 14일 거대 양당 중심의 기성 정치 구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군소정당이 겪는 불합리함이 개선되어야한다고 전했다
ⓒ 신지혜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신 대표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경청의 태도'도 요청했다. 선거 기간동안 46개의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힌 신 대표는 "많은 시민단체가 대학생기후행동이 겪은 '무응답'을 경험했다"며 "거대 양당이 청년뿐 아니라 여러 시민 사회를 '패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특히 인구가 적은 청년들의 목소리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2030의 분노가 크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이후에야 양당이 급박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빠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성 정치권이 '산업계 눈치보기'를 그만보고, 청년 자체를 유효한 유권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대한민국 청년의 약 20%가 서울에 산다"며 "미래세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동시에, 석유·석탄 산업 지원을 중단하고, 빠르게 산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손질만큼이나 '정치적 응집력' 중요해
  
▲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로 국민 의견 반영하겠다는 김영배 의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청년 유권자의 기후 정책 요구 반영 방안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설치, 지역분권화 등을 제시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 제공
 
양당의 기후위기 정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은 기성 정치권도 인정하는 바다. 박영선 캠프의 전략본부장을 맡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기후위기 비전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하며, "수직정원이나 21분 도시의 취지 자체는 2050 탄소중립선언을 반영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할 기술과 조건을 갖추지 못해 부족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성찰했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는 '국민정책참여단'이 포함될 예정이다. 탄소중립 비전 수립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은 "지방정부 분권화를 실현해 지자체에서부터 청년세대의 기후 정책 요구가 논의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여러 지자체가 각각의 조건과 환경을 고려해 기후 정책을 펼치면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위원회보다 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와 행정에 반영하기위해선 의석을 나누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라며, 유권자들이 투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비례대표 봉쇄조항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협치다운 협치는 정책 수용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하며 "결선투표 도입을 통해 거대 양당이 군소정당의 정책을 수용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재봉 대표와 신지혜 대표, 김영배 의원 모두 청년들의 '정치적 응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청년들의 기후 정책 요구는 큰 힘이 된다"며 "기후위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여러 청년 중심 정당들을 보며 각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표 역시 청년들의 기후 정책 요구를 정치권에 반영하려면 "직접 단체를 만들고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요구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큰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히며, 2022년 대선에서는 기후 이슈에 민감한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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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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