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의 檢과거사위 반성 "누구도 제동 못 걸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8팀에 소속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했던 이규원 검사는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차관이 2019년 3월 출국을 시도하자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통해 불법 긴급 출국금지를 한 혐의를 받는다. 긴급 출금 대상자는 법적으로 반드시 '피의자'여야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다.
당시 8팀에선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찰의 '김학의 사건' 과거사 조사를 주도했던 검사가 피고인이 되었을까. 이 검사와 함께 조사단 8팀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이규원 검사가 당시 작성한 '윤중천·박관천 보고서'를 포함한 1249쪽 분량 '김학의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며 해당 조사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박 변호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당시에)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썼다. 박 변호사는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등을 통해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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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의 반성문 "창피할 정도로 무책임했다"
박 변호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당시 조사단 참여에 대한 반성문 성격의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그는 "공적 조사나 수사 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라 불리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실해야 한다"며 "김학의 조사팀에 참여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단원은 창피할 정도로 무책임했다"고 털어놓았다.
박 변호사는 조사단의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2019년 5월에도 이미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김학의 사건) 보고서를 쓴 단원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조사단이) 밖에서는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검찰이 칼을 함부로 휘둘렀다고 비판하면서 안에서는 그 원칙과 절차를 내팽개치는 게 모순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2주 전인 2019년 3월 8일 조사단원에서 자진 사퇴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검사 등이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난 뒤 작성한 면담보고서에는 ▶김 전 차관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뇌물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접대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접대설 ▶최서원(최순실) 배후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하지만 이 내용들은 "'사실의 조각'을 가지고 '본질'이고 '전부'인 양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상당 부분이 왜곡 또는 과장됐거나 신빙성이 낮은 풍문 수준의 내용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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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별장에서 한상대 명함 확보' 멘트는 무방"
박 변호사는 향후 조사단 8팀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다고도 했다. 그는 "조사팀 단톡방에는 저를 포함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무능, 무책임, 편견 등'이 들어있다"고 했다.
해당 카톡방에서 이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금 전부터 '최순실 배후설''한상대 전 검찰총장 연루설' 등 검증도 안 된 사실을 언론에 제공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적이 있다는 진술을 조사단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검사는 카톡방에서 처음엔 "아무 대응 말라"고 했다가, "아주 끈질긴 기자들이 있으면 구두로 '별장에서 한상대 명함이 확보된 적 있다' 정도 멘트는 무방할 것 같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이 검사에게 "명함이 나왔다고 하면 별장(접대 의혹)이 연결될 텐데 조심해야 하는 부분 아니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오늘이 변곡점이라 생각한다"는 이 검사의 대답이었다. 이후 법무부 과거사위 수사 권고로 구성된 검찰 수사단은 같은 해 6월 6일 "한 전 총장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냈다.
취재진은 이규원 검사에게 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과 당시 언론 공보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 입장을 물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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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박준영 공론화, 은밀한 법치주의 붕괴 막는 데 의미"
법조계에서는 박 변호사의 이 같은 공론화 시도에 대해 "선출된 권력이 은밀하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붕괴시킨 사건을 재조명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검찰 과거사위 자체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행정기관 산하로 급조되다 보니 그 자체로 위법적 소지가 있고, 이런 '위원회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박 변호사의 공론화 시도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불법 출금이 발생한 당시에는 법치주의가 실현된 것이라고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결국 전도된 민주주의로 포장돼 있었던 것"이라며 "박 변호사가 시도하는 공론화 과정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념을 떠나서 재심 사건을 맡으며 대중들의 신뢰를 받아온 박 변호사가 과거사 조사단 활동을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하니 그 의미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강광우·박현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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