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이낙연·정세균의 호남 쟁탈전.."호남은 될 사람 민다"
호남 출신 여권 대선주자들의 양보할 수 없는 호남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주춤한 사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적극적인 호남 일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1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이달 말 고향인 전북 이틀, 전남 사흘 등 약 일주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아 민심을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8일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아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당내에선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 성격”(한 당직자)이란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지역을 나홀로 누비며 민심을 청취중이다. 지난 16일 고향인 전남 영광을 방문해 선친 묘소를 참배했고 지난 18일엔 전남 구례를 찾아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 전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지난 8일)며 민생 행보를 예고했다.
정 전 총리는 전북 진안이 고향으로 서울 종로(19·20대)로 지역구를 옮기기 전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내리 4선(15·16·17·18대)을 했다. 반면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전 대표는 서울 종로(21대) 출마 전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16·17·18·19대) 의원을 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각각 전북과 전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만큼 호남지역에서 숙명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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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쟁탈전…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13~15일)에서 광주·전라 지역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이 전 대표가 15%로 재·보선 이전 조사(3월 30~4월 1일)의 24%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또 이 전 대표의 전국 지지율(4월 13~15일)은 5%로 1년 전(지난해 4월 7~8일)의 26%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그동안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정 전 총리는 이번 조사(4월 13~15일)에서 전국 지지율 1%, 호남 지지율 6%를 기록했다. 정 전 총리 측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서 빠지는 지지율을 흡수하는 게 일차적 목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전국 지지세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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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후보 민다”는 전략적 투표
그렇다면 호남은 두 후보의 구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남지역의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호남인들은 ‘우리 사람’이란 이유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며 “당선 가능성이 있는 ‘되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미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홀대론’이 일던 광주를 방문했다가 비판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호남에서 60.2%의 ‘몰표’를 받은 것이 예다. 전남의 한 초선 의원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이 광주에서 분 것도 ‘이길 후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기 주자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영남 출신 이재명 경기지사가 호남에서 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13~15일)에서 이 지사의 전국 지지율은 24%, 호남 지지율은 28%였다. 광주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이전투구를 벌이면 전국적 지지율이 높은 이 지사가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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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단 선택은?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의원 26명(광주 8명·전남 10명·전북 8명)의 지지성향을 보면 이 전 대표 지지파와 정 전 총리 지지파로 양분돼 있다. 이 전 대표 지지 의원은 이개호·이병훈 의원 등 7명, 정 전 총리 지지 의원으로는 안호영·김성주·신정훈 의원 등 5명이 꼽힌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민형배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절반(13명)은 관망세로 분류된다.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 중엔 특히 86그룹 출신이 많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인 한병도·송갑석·김원이 의원도 마찬가지인데, 전대협 출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1기 의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3기 의장) 등이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 이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기사에 언급된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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