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끈 100대 CEO는 누구인가
올해 17년째를 맞는 매경이코노미 선정 100대 CEO 면면을 살펴보면 제조, 서비스, 금융, 벤처 등을 망라한다. 매경이코노미가 100대 CEO를 선정하기 시작한 첫해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연속 선정된 CEO는 3명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이다.
3명의 CEO 중에서도 지난해와 올해를 걸쳐 가장 맹활약한 이를 꼽으라면 김남구 회장이다. 지난해 3월 김남구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며 조직을 정비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아시아 최대 투자 회사로 도약 중이다. 주요 계열사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6조5117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김남구 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실전 감각이 뛰어나고 업을 꿰뚫는 전문성과 통찰력이 ‘전문경영인보다 더 전문경영인다운 오너 CEO’로 꼽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를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았다.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이커머스를 적극 공략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난해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카카오톡, 쿠팡 등과 손을 잡았다. 쿠팡에서만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놨고,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적시에 고객과 교감하며 판매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올 초 ‘글로벌 e커머스 디비전’ 조직도 새로 꾸렸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현대카드는 오랜 기간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에 이은 업계 4위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대카드 시장점유율이 급성장하면서 2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카드 개인·법인카드 신용판매 취급액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1.02%포인트 오른 17.33%를 기록했다. 2위 삼성카드(17.93%), 3위 국민카드(17.66%)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법인을 뺀 개인 신판 영역만 보면 현대카드가 17.69%로 국민카드(17.34%)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현대카드 급성장세 배경에는 정 부회장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가 있다. 2015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국내 PLCC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현대카드는 올해 네이버까지, 각 분야 챔피언 기업들과 PLCC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개인 판매를 급격히 늘리는 데 성공했다. 2020년 4월 대한항공카드 출시를 시작으로,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무신사와 PLCC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경배·정태영 17년 연속 선정
▷여성 CEO 한성숙·정유경·박정림
10회 이상 100대 CEO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꽤 많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정몽진 KCC 회장은 15회 선정됐다. 차석용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하며 ‘차석용 매직’을 이어갔다. 15년 연속 성장세에는 차 부회장이 짜놓은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함께 전략적인 럭셔리 화장품 육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은 ‘코스피 3000’ 시대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거둔 세전이익은 1조1402억원에 달했다. 증권사 최초로 ‘세전이익 1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수립하며 증권업계 파란을 일으켰다. 올해 ‘미래에셋대우’에서 ‘대우’를 떼어내고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다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4회 이름을 올렸다.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각각 13회 선정됐다.
여성 CEO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선정됐다.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CEO도 적잖다. 패션 유통 기업 무신사를 이끌어온 조만호 대표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조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시작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2003년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링 정보를 제공하는 ‘무신사닷컴’으로 발전했고, 2005년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선보이며 차근차근 성장 계단을 밟았다.
조 대표는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찾아내는 남다른 눈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쇼핑몰과 달리 길거리 패션, 스타일링, 브랜드 뉴스, 오리지널 콘텐츠 영상 등 패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에 집중했다. 무신사 경쟁력은 MZ세대를 불러 모으는 플랫폼 그 자체에 있다는 평가다. 덕분에 무신사스토어 회원은 어느새 8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거래액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로 패션업체 대부분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성장세를 일궈냈다.
▶조만호·배재훈 대표 첫 선정
▷삼성 CEO 6명 최다 SK·LG 4명
국내 대표 해운업체인 HMM(옛 현대상선) 턴어라운드를 이끌어온 배재훈 대표도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HMM은 오랜 기간 적자를 딛고 비로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9808억원으로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유럽, 미주 등 글로벌 주요 항로에 잇따라 투입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데다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해운동맹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HMM은 올해 역대 최대인 2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CEO가 6명으로 가장 많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을 비롯해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등 금융 부문 CEO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텔레콤 CEO,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 4명이 포진했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등 4명이 선정됐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만 유일하게 선정돼 체면치레를 했다.
매경이코노미 100대 CEO는 매년 말 선정하는 ‘올해의 CEO’가 핵심 기준이 된다. 올해의 CEO는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 기업 대상으로 재무지표로 평가한 재무 순위와 각계 전문가 투표로 뽑은 비재무 부문 순위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정한다.
[명순영 기자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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